칼바람 속 라이더들 "바람막이 돼달라"…이낙연 "노동법 뜯어고쳐야"
배달 라이더들 현장 찾아 고충 들은 이낙연 "노동법 사각지대 너무 많아"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정기국회 내 통과 및 안전요금 도입 등 대책 마련하기로
- 장은지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띵동'하는 배달 주문 접수음은 배달 라이더들의 고충을 들으러 찾아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 중에도 쉴새없이 울렸다.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있는 배달대행업체 '플리즈'의 강남센터를 찾은 이 대표는 수첩을 꺼내들고 라이더들의 호소를 받아적었다. 이 대표는 "갈길이 바쁘다"며 "택배 노동자와 라이더 등 문제가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매서워진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은 이 대표에 "대표께서 저희들의 바람막이가 되어달라"며 "수없이 말해도 현장에서 바뀌는 것이 없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최삼태 동남권 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륜차 배송 노동자 근로실태 점검' 간담회에서 "보험은 여전히 개인 돈으로 부담하는 등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 생생히 들어달라"고 했다.
남궁연 서울시 플랫폼라이더 협의회 회장은 "대단한 것을 해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적어도 다른 노동자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택배 노동자 뿐만이 아니다. 라이더들도 죽어 나간다"며 "택배노동자처럼 라이더들도 계속 (죽어) 없어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물건이 늦게 가도 라이더 탓, 사고가 나도 라이더 탓을 한다"며 "이 대우가 내년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산업은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보험 부담 현실화와 안전요금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들은 하루 20~25개의 배달 건을 처리하고 약 10만원을 벌면 5만~6만원은 보험료와 오토바이 리스비를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겨우 손에 쥔다고 했다. 사정이 빠듯하기에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라이더들의 고충에 이 대표는 잠시 농담이 나온 순간에도 웃지 못했다. 메모를 끝낸 이 대표는 작심한 듯 기존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기존 노동법의 사각지대가 너무 늘어나고 있다"며 "비전속 노동자의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택배, 대리운전, 라이더 등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박홍근 민주당 의원 발의)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배달 산업의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져 (배송노동자) 근무 여건이 더 열악해졌다"라며 "그런데도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보호장치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듣던 이 대표는 비전속 노동자가 급증하는 현 구조를 기존의 노동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를 거듭 짚었다. 이 대표는 "4차산업혁명에 따른 생활의 변화가 플랫폼 노동자 등 비전속 노동자의 증가를 가져왔지만 기존의 법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제가 (주무 부처를)다그쳐서라도 해보겠다"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라이더들이 과도한 경쟁과 위험한 곡예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일정 금액의 '안전요금'을 도입하는 방안도 여당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본질적 문제 중 하나가 '안전요금'이라는 것인데 수요자 입장에서는 싸고 빠르게 배달받는 게 매력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그 매력 뒤에는 노동자들의 혹사들이 가려져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관련한 사회적 대화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국회 환노위에서 안전요금제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문제, 라이더 노동자들의 건강 실태조사 미비 등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노동법 전체 체계를, 기존의 노동 전속성을 전제로 하는 것은 뜯어고쳐야 한다"라며 "전속성이 전제될 수 없는 그런 시대가 됐기 때문에 노동법의 출발부터 달라져야 하고, 심혈관계 질환이나 과로사 등이 문제인데 노동자들의 건강 실태조사가 미비한 것도 우려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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