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나, 박지원 "흠결있지만 국가위해 통과 시켜주자…" SNS활동 재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는 모습. 박 후보자는 일체 공식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끊겠다던 SNS 문을 조금 연 뒤, 청문회를 앞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울시 제공) ⓒ News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 청문회를 앞둔 답답함을 풀 수 없었던지 하지 않겠다던 SNS 문을 다시 열었다.

박 후보자는 지난 3일 국정원장 후보자로 깜짝 내정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며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기 위해 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한다"고 알렸다.

이런 박 후보자는 주말 들어 3건의 글을 잇따라 자신의 SNS에 실었다. 직설적으로 의견을 나타낸 것은 아니지만 간접 방식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국가대개혁'을 위해 통과시켜 줄 것을 청한 내용이었다.

◇ 인사청문회서 저격수로 명성 떨쳤던 박지원…이번엔 인사청문회 표적지

박 후보자는 문화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4선 의원, 야당 대표 등 숱한 자리를 거친 내로라하는 경력의 소유자.

특히 인사청문회 등에서 뜻밖의 정보와 자료를 내밀며 매섭게 몰아 세워 숱한 후보자들을 울려, '저격수'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그가 장관에 오른 뒤인 2000년 6월(3부요인, 대법관, 감사원장 대상)에 처음 시도돼 2003년 국정원장, 2005년 국무위원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후보자는 오는 27일 인사청문회를 통해 저격수에서 표적지로 180도 바뀐 자신의 처지를 실감하게 됐다.

◇ 野, 박지원 힘들걸…朴 "후보자 흠결있지만 국가위해 통과시켜 주자" 3년전 글을

미래통합당은 '박지원만은 넘어뜨리겠다'고 다짐하면서,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조선대 학력을 제출했으며, 2000년에 이게 문제가 될까봐 자신이 다녔던 광주교대로 돌려놓았다"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가 자료제출도 거부했다며 27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 연기까지 요청했다.

졸지에 표적이 돼 쏟아지는 공격을 받고 있는 박 후보자는 답답함에 자신의 약속을 어기고 25일 SNS에 현 심정을 빗댄 3건의 글을 올렸다.

우선 박 후보자는 3년 전인 2017년 6월 16일 광주 북구청 강연내용을 소개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빌고 남북 첫 정상회담에 얽힌 비화를 주로 다뤘지만 그중 특정 부문이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보였다.

당시 강연에서 박 후보자는 "저는 김이수, 김상조,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도 흠결이 있지만 국가 대개혁을 위해 통과를 시켜 주자는 주장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일부 흠결이 있지만 국가를 위해 임명에 찬성했다는 것으로, 미래통합당에 들려주고 싶었던, 부탁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아멘, 섬소년이 수세식 화장실 처음 본 그 심정(두렵고 떨려)

이어 박 의원은 자신의 지인이 중학교 수학여행 때 생전 처음 '수세식 화장실'을 경험했을 때 사용법을 몰라 난처했던 그 두려움, 놀라움에 대해 적은 글을 소개했다.

"누구나 인생의 첫 경험이 있겠지요"라고 시작되는, 지인의 글이 바로 자기가 지금 느끼고 있는 두려움, 떨림, 초조한 그 심정이라는 듯했다.

또 박 의원은 이제는 원로가수가 됐지만 1960~1980년대 한국가요계를 관통했던 대형가수 윤복희, 패티김이 함께 부른 성가를 아울러 링크했다.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다만 통합당이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인해 당장 청문회 보이콧 등을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태경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 입장은 보이콧 등은 아니다"며 "민주당 반응을 좀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