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속 봉하 찾은 손학규…당 정체성 '중도'로 전환?
패스트트랙 강행 후 내홍 지속…孫측 '보수정당 만들기' 의심
전 대통령 예우하며 정체성 규정…"권력 제대로 쓰이는 사회 돼야"
- 이형진 기자
(김해=뉴스1) 이형진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3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당의 내홍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 대통령 추도식 참석으로 당의 정체성을 '보수'에서 '중도'로 끌어당기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이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참배 후 기자들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이 꿈꿔온 '사람 사는 세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추도식 참석 취지를 밝혔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과 연대해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다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지휘를 맡았던 손 대표는 강한 당내 반발을 겪는 상황이다.
손 대표와 김관영 전 원내대표는 당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오시환·권은희)을 사보임 시키면서 패스트트랙을 강행했다. 이에 대한 당내 반발로 김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에서 물러났고, 바른정당 출신의 오신환 의원이 후임 원내대표를 맡게 됐다.
손 대표 사퇴 촉구는 연일 지속되고 있다. 퇴진파 최고위원들은 회의마다 손 대표에게 비판의 날을 세웠으며, 당권파 인사들도 이를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유승민 몰아내기'설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손 대표가 일부 평화당 의원들에게 바른미래당으로 들어와 유 전 대표를 몰아내는데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당내 보수성향 인사들은 창당 기둥을 몰아내려는 것이냐고 반발,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보수성향 인사들은 이를 위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손 대표는 이를 묵살했다. 손 대표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박 의원은 이날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사실이니까 얘기한 것"이라고 밝혀 관련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같은 내홍이 이어지는 가운데 손 대표가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춘 것이면서도, 당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당권파 인사들은 퇴진파 인사들의 이같은 행동이 결국 당을 '보수' 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추도식 참석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행보라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손 대표 자신의 새로운 정치 행보를 모색하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 한 주요 인사는 "손 대표가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결국 바뀐 선거제도 하에서 범여권 정당의 총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불현듯 송파을 재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권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편 손 대표는 이번 추도식 행사를 통해 패스트트랙 연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선거제도 개편을 확실히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분석된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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