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싸운 '사이다' 이재명, 변방장수 '기적' 보여줬다

[민주 수도권경선] 3위로 마무리…향후 서울시장 출마 거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17.4.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권 도전을 마감했다.

이 후보는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발표된 최종 득표 합산결과 34만7647표(21.2%)를 얻어 안 후보(35만363표·21.5%)에 근소하게 뒤진 3위를 기록했다.

결국 문 후보의 과반을 저지하지 못하고 3위로 민주당 경선을 마무리하게 됐지만 지난 7개월간 쉼없이 달려온 이 후보의 도전은 가치있게 기록될 예정이다.

이 후보의 대권 도전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그전까지 이 후보는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는 기초자치단체장(성남시장)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중앙정치에서는 '비주류' 취급을 받았다.

이 후보는 지난해 9월초 SNS로 "대한민국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 제게 요구되는 일을 하겠다"며 대선출마 뜻을 밝혔지만 그의 지지도는 3%대에 그쳤다.

그러던중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촛불 정국이 '변방 장수' 이 후보에게 중앙으로 진출할 기회로 작용했다.

박 전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구속 등을 연이어 요구하며 촛불민심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사이다' 발언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고, 손가락혁명군 등 SNS를 기반으로 한 지지세력은 그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이와 함께 그의 지지도는 급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당시 문 후보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위협하는 '빅3'로 부상했다. 지난해 12월 한 여론조사에서는 1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에는 자신이 소년공 시절 2년여간 일했던 성남의 한 시계공장에서 '기득권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 개헌, 법인세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선명한 입장을 일관되게 내놓으며 문 후보 등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된 길을 걸어왔다.

정책 면에서도 '기본소득'을 필두로 스마트 강국 모병, 재벌체제 해체, 부당이익 환수법, 4대강 원상복구 등 다양한 공약을 쏟아냈다.

'대연정'을 기치로 한 안희정 후보가 떠오르면서 이 후보는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당내 주자간 경쟁에서도 3위로 밀렸지만 선명성을 잃지 않았다.

'적폐청산 개혁 대통령 이재명'을 슬로건으로 도전한 경선에서 이 후보는 호남권 3위, 충청권 3위, 영남권 2위 등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날 '일발역전'을 꾀한 수도권 경선에서 3위에 그쳤지만 그의 도전은 '의미 있게' 마무리됐다.

이 후보는 '대세론'을 등에 업은 문 후보의 독주를 저지하기에 역부족이었지만 '문재인 일변도'로 흐를뻔한 경선에 극적인 요소를 더했다.

이 후보는 대권 레이스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고 차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위상도 다지는 소득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깝게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혹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같은 느낌을 보여온 이 후보는 선명하고 강고한 지지층을 형성했고 차세대 주자로서 각인이 됐다"며 "자신이 이룬 업적과 여러 정책이 널리 알려지면서 유능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등 얻은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park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