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달' 바른정당, 커지는 위기감…'보수 차별화' 실패
지지율 17%→6% 급락…한국당 2중대·TK 눈치보기 지적
지도부 사퇴론도 고개…비상시국위 부활 대책마련
- 곽선미 기자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 = 바른정당이 휘청이고 있다. 오는 24일 출범 1개월을 맞는 바른정당은 보수 개혁을 선언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최근엔 지지율이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도 뒤처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다수 탈당, 보수는 물론 중도세력까지 끌어들이며 몸집을 불려갈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당 안팎에서는 한국당과 분명한 차별화를 두지 못하고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지역의 눈치를 보느라,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이 부진을 빚은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지난달 24일 출범과 동시에 17%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이 당시 최순실 파문과 함께 엎친 데 엎친 격으로 분당까지 겪은 한국당은 한자릿수 지지율로 추락했다. 보수진영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당명을 과감히 채택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대안 보수 세력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꽃길은 잠시였을 뿐, 그 뒤로는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13~17일 조사, 20일 발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5.6%를 찍었다. 원내 6석의 정의당(5.4%)과 4위 쟁탈전을 벌이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보수표를 가져오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대선주자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정책 발표를 내놓고 있지만 지지율은 1~3%로 답보 상태다.
반면에 '당 해체'까지 거론되던 한국당은 기대에 못미친 인적청산과 쇄신에도 지지율을 회복해 2위권에 안착했다. 한국당 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지지율도 하락세이긴 하나, 바른정당 주자들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불과 1개월만에 명암이 뚜렷한 성적표를 손에 쥔 바른정당 내에서는 '축배를 너무 일찍 들었다'는 자조섞인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출범 직전 비상시국회의를 주도하며 보수 개혁에 앞장 섰지만 막상 당이 출범하자 개혁에서 전면 손을 뗐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지도부 사퇴론도 조심스레 나왔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국당에서 떨어져 나온 당이기 때문에 우리 당에 대해서도 최순실 사태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선이 있다"며 "그럴수록 보수개혁을 선도하고 한국당을 압도했어야 했는데 자리를 나눠갖고 집권여당처럼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이 폐착"이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표를 사로잡기 위해서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보수 텃밭이자 '탄핵 기각' 등 강성 여론이 높은 TK에 흔들리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합리적 보수, 중도세력이 국민의당 등 다른 당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최근 유승민 의원의 '한국당을 포함한 보수후보 단일화', 주호영 원내대표의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염두에 둔 듯한 '정치적 해법' 발언 등과 연결돼 나오는 해석이다. 이 발언은 남 지사, 이혜훈 의원들로부터 '해당행위' '개인의견' 등 비판을 받았다.
당내 다른 의원은 "유 의원의 발언은 진의는 제쳐두고 한국당의 2중대 느낌을 줬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도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 우리 당의 공식 입장과 맞지 않다"며 "TK 출신이어서 해당 지역 여론에 영향을 받는 듯한데 큰 정치를 하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거기에 끌려 다니면 한국당과 차별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지지율 고전과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탈당 준비 모임이었던 비상시국회의를 최근 부활시켜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고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회의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된다.
전체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모임은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당의 노선과 목표 지지층 등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초심 회복' 모임이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 마련에도 몰두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비상시국회의는 의원총회와는 별개로 운용되는 모임"이라며 "정국 대응 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서둘러 마련하기 위한 회의체다.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가감없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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