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북송금특검, 어렵고 불가피했던 선택이었다"
"참여정부 호남홀대론, 인사문제에선 전혀 사실 아냐"
"친문패권, 저를 공격하고 가두려는 프레임"
- 김현 기자, 조소영 기자
(서울·광주=뉴스1) 김현 조소영 기자 =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참여정부 당시 대북송금특검 실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사과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북송금특검 때문에 그 사건이 수사가 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뜻밖에 많은데, 대북송금특검은 수사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선택이 아니라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 수사를 특검 혹은 검찰이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였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명분상으로는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면서 "그렇게 할 경우 검찰 수사로 가게 되는데, 검찰 수사는 제대로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었다. 반면에 특검은 수사대상이 한정된 것이어서 청와대와 국무회의에서도 찬반이 나뉘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에 특검을 받아들일 대국민 성명서와 받아들이지 않을 성명서 두 가지를 준비해서 국무회의 들어가 마지막에 (특검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셨다"며 "저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까지 감안한 고심의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부정한 것이 아니었다"며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더 발전시켜 계승했다. 김 전 대통령도 초기의 수사 때문에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라고 상심하셨지만,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푸신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당시 호남 민심에 상처를 드렸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의 지지자들 중에도 있다"면서 "그러나 특검이 아닌 검찰의 수사로 가는 것이 더 나았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다"고 부연했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의 호남홀대론 등에 기반한 호남의 반문(反文)정서에 대해 "(참여정부에 대한) 호남의 지지에 비추어볼 때 과연 참여정부가 호남의 삶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는지, 호남의 홀대와 소외, 상실감을 근본적으로 치유했는가라고 사실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호남 홀대, 특히 인사적인 문제에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참여정부 때 호남 인재들이 많이 등용됐다. 장차관에서 호남비율이 김대중 정부 때보다 높다"며 "저도 대통령이 된다면 당연히 호남을 주요 파트너로 여기면서 손잡고 국정을 함께할 것이다. 호남이 제 손을 다시 잡아주신다면 놓지 않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도 소외받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 등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패권 논란과 관련해선 "과거엔 친노(친노무현) 패권이라는 말이 나오다가 이제는 친문 패권이라고 한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이 패권을 추구했다고 믿느냐. (노 전 대통령은) 항상 당내 소수파였다"며 "제가 당대표할 때 맨날 흔들려서 다들 딱해하지 않았느냐. 제가 당대표할 때 패권 추구했다고 생각하느냐. 패권이라는 말은 제가 앞선 후보니까 저를 공격하고, 저를 가두려는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연히 저희가 배타적이어선 안 되고 확장해야 한다. 합리적인 보수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확장력을 갖고 있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며 노력하고 있다"며 "(20대 총선 당시) 영입은 맛보기다. 대선 과정에선 훨씬 더 폭넓은 영입을 보이면서 제가 친문이라는 사람이 패권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호남 지지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하겠다'는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선 "저는 지금도 똑같은 심정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야권 대표선수가 되기 위해서도 호남의 지지는 간절하다"며 "그 표현이 서툴러서 오해가 생겼다면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호남의 지지를 꼭 받고 싶다는 저의 어떤 간절한 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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