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예산' 대폭 삭감했지만 더 늘어난 '쪽지예산'
순삭감 1505억, 400조 슈퍼예산 통과…SOC 예산 폭증
누리과정 8600억 지원…문화창조융합벨트 780억 감액
- 이정우 기자
(서울=뉴스1) 이정우 기자 = 총 400조 5495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이 3일 국회를 통과했다. 논란의 됐던 '최순실 예산'이 대폭 삭감된 대신, 여야 의원들의 민원성 '쪽지예산'이 그만큼 증액 편성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산 총액은 당초 정부안(400조 7000억원)에서 1504억 5480만원이 순삭감됐다. '최순실 예산' 등이 1800억원 가량 삭감됐지만, 지역구 챙기기용 예산이 태반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도리어 4000억원 가량 늘었다.
특히 의원 개개인의 민원이 작용된 '쪽지예산' 증가는 올해 시행된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예산 심사에서 눈에 띄게 삭감된 '최순실·차은택 예산' 중 문화체육관광부(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의 경우엔 1800억원 가량이 삭감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교문위의 경우 차은택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780억 감액),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270억 감액), 콘텐츠코리아랩 운영(170억 감액), 가상현실콘텐츠 육성 사업(81억 감액) 등이 줄줄이 삭감됐다.
이같은 상황은 교문위 뿐이 아니었다. 최순실과 관련된 외교부의 코리아에이드 사업(42억 삭감)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케이밀(K-meal) 사업(20억 삭감) 등도 삭감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예산은 정부 예산안에 비해 50%가 삭감돼 10억 2500만원만 편성됐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했음에도 이날 통과된 예산안은 정부안과 총량 차원에선 1500억원 차이에 그쳤다.
정치권에선 이는 '최순실 의혹'과 '탄핵 정국' 속 여야 국회의원들의 '제 지역구 챙기기'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개별 의원들이 증액을 요청한 사업은 4000건이 넘고, 액수로는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도로 및 항만 등 지역구 토목사업만 215건의 사업이 증액된 가운데, SOC사업은 예산안 심사과정에서만 총 3700여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는 순천만 야간경관 조성사업(50억원), 순천 유소년·청소년 다목적수영장 건립(50억원), 순천 유소년·청소년 스포츠체험센터(10억원), 순천 관내 하수관로 정비사업(33억8100만원) 등 144여억원의 예산이 새로 배정됐다.
교문위원장인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동학 관련 유적지 정비 및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79억9200만원), 정읍 지역문화관광테마파크 조성(3억원) 등 지역구 예산 83억여원을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심사를 담당하는 예결위 간사들도 사이좋게 지역구 사업을 증액대상에 끼워넣었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경기 남양주병) 의원은 남양주 문화박스쿨 설치 사업 예산을 20억원 증액 편성시켰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은 정부가 820억원으로 책정했던 광주-강진 고속도로 사업 예산을 예결위 심사에서 2180억원으로 늘렸다. 또한 광주·전남 지역의 국도 조사·설계비도 2배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이 증액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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