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하야·탄핵 요구 속 "이대로면 거리로"…압박 수위↑

하야·탄핵 촉구하는 장외투쟁에 고민…후폭풍 우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11.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서미선 박승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3일 야권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탄핵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투쟁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전날(2일) 신임 국무총리 등에 대한 개각을 단행한 데 이어 이날 신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임명하는 등 속전속결 인사쇄신으로 정국돌파를 시도하는 중이다.

야권은 이같은 청와대發 인사카드가 야당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통행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전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고 진정성도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일부 유력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며 하야·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의 신임 국무총리 내정 등 개각을 철회하지 않으면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나아가 당 차원의 박 대통령 하야·탄핵을 촉구하거나, 촛불집회 등에 참가하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두 야당 모두 신중한 입장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에 이런 자리(국정조사 등)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우리는 바깥에 나가 (국민에게) 직접 보고할 수밖에 없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만약 대통령이 상황파악을 잘 못하고 고집·오기·독선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성난 민심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두 당 모두 당장 장외투쟁에 합류할지를 놓고는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게 없어 당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이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당 차원의 하야·탄핵 촉구 및 장외투쟁 등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하야나 탄핵) 그렇게 까지는 안 갈 것 같다"면서 "(장외투쟁 여부도) 아직은 정리 안 했다. 오늘 정리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지금 탄핵·하야는 아직이다. 탄핵·하야 다음에는 깃발 들고 거리로 나가서 청와대로 행진할 것인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16.1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박 위원장도 장외투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저는 국회가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라고 여기는 의회주의자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꾸 이렇게 나오면 그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야·탄핵 국면에 대해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가만둬도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근데 박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그 운명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야권이 장외투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당장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아직은 '공격 카드'를 꺼내서는 안 된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 시점에서는 장외투쟁 가능성을 엿보이면서 개각 등 최순실 게이트 후속조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 시민사회계와 함께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탄핵을 촉구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부작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하야·탄핵을 요구한 뒤 생길 수 있는 리더십 공백에 대해 야당으로서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지 등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탄핵안이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거센 정치적 후폭풍만 낳아 '자살골'이 될 게 뻔하다는 관측도 야당이 쉽사리 탄핵을 추진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은 야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박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촉구하며 장외투쟁에도 임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과 국민의당 내부에서 하야·탄핵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강경투쟁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나온다. 국민의당 지역위원장들은 이날 성명을 내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부터 하고 즉시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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