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국조는 왜 실패했나…與의 혼선과 野 전략부재
증인채택 놓고 여야 협상 결렬…여야 정쟁만 벌이다 청문회도 못열고 종료
- 박상휘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국회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자원외교 국조특위)가 국정조사의 하이라이트인 청문회도 열지 못한채 7일 종료할 듯하다.
여야가 청문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특위 의결로 활동기간을 25일간 연장해야 하나 이 역시 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국정조사는 이대로 종료됐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국정조사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청문회에 출석할 증인채택의 건 때문이었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의 'VIP외교'를 거론하며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 핵심 증인 5인방의 출석을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 요구는 정치 공세이자 망신주기식 공세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이 간극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국정조사가 청문회 한 번 열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권이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고 제대로된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같이 청문회가 열리지 못한데에는 야당이 제대로된 전략을 펴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자원외교 국조특위를 야당이 어떻게 따냈는지를 되짚어 보면 더 명확해 진다. 야당은 지난해 하반기 부터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강력 주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공무원연금개혁 실시를 강도높게 제기했고 여야는 수차례 협상을 거친 끝에 자원외교 국조특위와 공무원연금 개혁특위를 동시에 구성해 가동키로 합의했다.
정부 여당에는 악재인 자원외교 국조특위의 탄생은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와의 빅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두개 특위를 점검하면 상황은 판이하다. 여야는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도출하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특위를 연장하기로 했지만 자원외교 국조특위는 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종료할 처지에 놓였다.
야당이 국정조사 시작부터 핵심 증인 5인방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도 전략적으로는 실패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됐던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의혹을 반복 재생시키면서 핵심 증인 5인방만을 정조준했다.
사실상 처음부터 청문회 증인신청을 예고한 것으로 국정조사를 파국으로 몰아갈 폭탄을 안고 국정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등 핵심 증인 없이 치르는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야당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않는 것은 아니나 그들을 국정조사장으로 불러낼 치밀한 전략은 구사하지 못했다.
물론 집권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야당이 출석을 요구하는 증인을 단 한 명도 받지 않은 것을 차치하고라도 특위의 기한 연장까지 반대한 것은 국정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조가 진행되던 와중에 이완구 총리가 부패와의 전면전 담화를 발표하면서 수사 대상에 해외자원비리를 명시한 대목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이 총리 담화에 대해 새누리당은 적잖이 당황했고, 이는 자원국조를 대하는 여권내 온도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정권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친이(친이명박)계로 구성된 자원외교 국조특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더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이는 국조진행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특히 여당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현 정부 부처장들을 엄호하는 방어전에 치중하면서 전 정권의 '호위병'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몰론 이번 국정조사에서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2일 야당이 밝힌 하베스트사 인수 자문사였던 메릴린치의 계열사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기 전 주식 투자를 늘렸다는 점은 향후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청문회는 반드시 이뤄져야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비리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번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마무리하면 이른바 국조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민간인 불법사찰 국조특위는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못했고 가깝게는 지난해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국조특위도 청문회를 단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여야가 끝없이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할 경우 국조무용론은 계속해서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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