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이회창 크게 실망, 김황식은 업무 습득 빨라"

"정운찬, '친서민 중도실용' 적합 인물", "김태호, 대권 후보로 오인"

내달 2일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 News1 2015.01.29/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전현직 정치인에 대한 평가도 담고 있다.

29일 언론에 공개된 회고록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8월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2기 국무총리로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당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 전 총재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사실 나는 17대 대선 때 이회창 총재가 당을 만들어 출마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실망했다"며 "과거의 경력으로 볼 때 나는 이 총재가 자신보다는 국가관을 앞세우는 사람으로 믿어왔다. 본인 역시 두 번이나 30만~50만 표 차이로 졌던 사람이기에, 자신이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받을 타격을 모를 리는 없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한·미 FTA와 관련해 이회창 총재가 취했던 입장에도 나는 실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심 대표 카드가 무산되면서 택한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해선 "중도·진보 성향의 정 전 총장이 2009년 우리 정부가 내세운 '친서민 중도실용'의 국정 기조에도 적합한 인물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높게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강원도 출신의 한승수 총리와 충청도 출신의 정 총리 뒤를 이어 지역 안배 차원에서 호남 출신의 총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국정에 대한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업무를 습득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리를 임명한 데는 감사원장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며 "감사를 하던 사람으로서 거꾸로 감사를 받는 자리에 간다면 더 큰 경각심을 가지고 일을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 총리는 이후 우리 정부를 마무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국무총리에 지명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대해선 "시대의 흐름을 한번 바꿔보자는 의도에서 3김정치를 벗어난 40대의 젊은 김태호 전 지사를 파격적으로 내정했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보면 내 뜻과는 전혀 다르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차기 대권 후보로 오인되어 견제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군으로 분류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도 눈에 띈다.

이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에 대해 서술하던 중 '반기문,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제목의 소챕터를 통해 "녹색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나눈 공감과 신뢰 그리고 협력"이라고 적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 뒤 임기 중 20여 차례가 넘게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전까지 한국과 관련하여 국제사회에서는 남북문제가 유일한 얘깃거리였다. 그러던 한국이 우리 정부 들어 녹색성장, 개발 협력, 금융위기 극복과 G20 등 국제사회의 의제 설정에 깊숙이 관여하게 됐다"며 "반 총장과 나는 자연스럽게 국제 문제를 의논하며 긴밀하게 협력하는 사이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yd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