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야권 후보 단일화

새정치연합, 미온적 반응 속 '연대 불가론' 확산
'야권연대 제안' 정의당, 출마자 전원 완주로 선회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천호선 정의당 대표. 2013.11.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figure>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거연대를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당내에선 '야권연대 불가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새정치연합을 향해 선거연대를 제안했던 정의당은 새정치연합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태도를 바꿔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내에선 재보선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야권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강해지고 있다.

경기 김포 보선에 출마한 김두관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11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중앙당 차원의 연대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연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면서도 "후보 등록이 이미 끝난 상태이고, 6·4 지방선거에서 보였듯 뒤늦게 지역별로 야권연대, 후보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병(팔달) 공략에 나선 손학규 상임고문은 전날(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맹목적인 단일화나 연대는 그 자체로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갖지 않은 단순히 이기기 위한 맹목적 연대나 단일화는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이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식상하다. 너무나 많이 반복돼 왔고, 그런 야권연대를 노림수로 보는 경우도 있다"며 "좀 더 진행상황을 봐야겠지만, 이번엔 이런 조건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에선 야권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일단 신중한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승용 사무총장은 최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논의) 하면 야합이지만, 일단 선거전에 들어가면 정말 1~2%에 의해 당락이 바뀔 수 있는 힘든 시기가 온다고 본다. 선거에 임하면 자연스럽게 구도가 만들어지고 협조도 이뤄질 것"이라고 대화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우리로선 그렇다고 거래하고 그럴 순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의당은 이같은 새정치연합의 소극적 태도에 기존 선거연대를 제안했던 기조에서 재보선 출마자 6명 전원이 완주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경기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저희가 당대당, 전국적 차원에서 야권연대를 제안했는데, (새정치연합에서) 묵묵부답이었다"며 "최근에 저희가 다시 한 번 제안을 했는데 후보를 결정하고 등록을 했다. 그러면 단일화가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저희로선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저희가 보기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정의당과의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고 최근에 저희를 쭉 무시해왔기 때문에 (야권연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면서 "(그래서) 어제 (출마자) 6명 모두 독주할 준비를 다시 한 번 갖추자고 그런 결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이런 기류상 야권연대가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선거 막판 박빙의 혼전이 벌어질 경우 지역별로 자연스러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김철근 새정치전략연구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의 공천 작업이 늦어지면서 지금 당장 야권이 선거연대를 논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후보단일화나 연대의 실질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확인되면 그 때 어느 정도 얘기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