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양보하고' 恨 맺힌 野人들, 공천 관문 넘을까?

허동준·김영진·김재두 공천 여부에 관심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허동준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14.6.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figure>"십여년 넘게 고생해 온 우리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것인지 모르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당직자는 최근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한숨을 내뱉으며 한 말이다. 적게는 몇 년이지만, 많게는 20년 안팎의 세월을 오로지 '공천'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절규'와 함께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도 섞여 있었다. 청춘을 당에 바쳐온 그들에게 새정치연합의 '공천장'은 마치 고난 속에 살아온 그들의 삶에 대한 '훈장'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7·30 재보궐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새정치연합의 신진 인사들이 바늘구멍 같은 공천경쟁을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역을 닦아온 원외 지역위원장들이나 당직자 출신들이 공천심사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선 허동준 전 서울 동작을 민주당 지역위원장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많이 회자된다. 오랫동안 동작을 지역구를 닦아온 허 전 위원장은 동작을에서 3차례나 당의 전략공천에 밀려 눈물을 삼켰었다. 그래선지 핵심당직자들도 허 전 위원장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말부터 나온다.

허 전 위원장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선 유용태 전 의원, 2004년 17대 총선에선 이계안 최고위원, 2008년 18대 총선에선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이 최고위원과 경선을 치르긴 했지만, 사실상 이 최고위원에 대한 전략공천이 이뤄졌었다.

허 전 위원장은 지난 6월30일 국회에서 가진 출마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동작을 지역에서 생활정치, 개혁정치의 모범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는데, 그 세월이 2000년부터 무려 14년째"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정동영 상임고문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측근인 금태섭 대변인에 대한 전략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허 전 위원장을 비롯한 동작을 공천신청자들은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작을 전략공천은 패배로 가는 길"이라며 경선 실시를 촉구했다.

오영식 서울시당 위원장 등 당 소속 의원 31명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국민참여형 경선 등을 통한 개혁공천을 요구하면서 "당은 허 전 위원장의 수차례에 걸친 자기희생과 헌신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경기 수원병(팔달) 지역에 유일하게 공천장을 내민 김영진 경기도당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현재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역구로, 새정치연합에겐 약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수원병엔 손학규 상임고문의 전략공천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지난 1998년 조세형 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의 비서로 시작, 최근 김진표 전 의원의 보좌관까지 14년간 보좌진 생활을 포함해 18년 동안 당을 위해 헌신해왔다.

김 대변인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5선에 도전한 남 지사와 맞붙어 5% 정도의 근소한 격차로 접전을 벌인 바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선 지역위원장으로서 염태영 수원시장이 이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데 공을 세웠다.

김 대변인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손 상임고문에 대한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 “당 지도부가 새정치연합의 자라나는 뿌리들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수원정(영통)에 도전장을 던진 김재두 전 민주당 수석부대변인도 공천과 관련해 한(恨)을 가진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1994년 자원봉사자로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김 전 부대변인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공채로 정계에 입문했다. 김 전 부대변인은 30대 중반의 나이였던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광주 북구에서 호남 최다선이었던 김상현 의원과 3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경선을 치렀지만, 아쉬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18대 총선에선 경선도 치러보지 못한 채 포기해야만 했고, 19대 총선에선 자신의 고향인 전남 구례·곡성·담양 지역에 도전했지만, 단식투쟁에도 불구하고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지역구가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수원에 위치한 아주대 출신으로 지역 연고를 갖고 있는 김 전 부대변인의 이번 재보선 도전도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수원 영통이 새정치연합의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탓에 김 전 부대변인을 포함해 모두 7명이 공천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공동대표측 박광온 대변인을 비롯해 백혜련 변호사와 이용득 전 한국노총위원장 등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대거 몰린 상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그간 재보선은 사실상 신인들의 무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면서 "이번 재보선에서 오랜 서러움을 겪었던 이들에 대한 당의 배려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 대부분은 검사 출신이거나 전문직 종사자들로, 사실 인생의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당이라면 당을 위해 피와 땀을 흘려온 사람들의 눈물부터 닦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당직자도 "그간 당이 해왔던 것을 보면 너무 만만하게 보이면 짓밟는 행태가 있어왔다. '그간 얌전하게 당을 위해 양보해왔으니 이번에도 양보하지 않겠느냐'는 식"이라며 "그래도 몇십년간 당을 위해 헌신해온 사람들에게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