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문창극 자진사퇴" 촉구 봇물…지도부는 '신중'(종합)

초선 6명 "문 후보자 즉각 사퇴해야"…김상민 "김기춘 책임져야"
지도부는 설왕설래…지도부 일부는 '엄호'
서청원·김무성, 文 발언 문제 삼으면서도 거취는 '신중'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들어서고 있다.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던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2014.6.12/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figure>새누리당에서도 12일 과거 역사 인식 관련 발언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초·재선 그룹에서 본격적으로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가운데, 지도부와 차기 당권 주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 초선 김상민·민현주·윤명희·이자스민·이재영·이종훈(가나다 순) 의원은 이날 오후 공동성명을 내고 "국무총리와 같은 국가 지도자급 반열에 오르려면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확고한 역사관을 지니는 것이 기본"이라며 문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에 동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면서 "발언 장소나 취지의 문제는 중요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초선의원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지도부는 문 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약속한 대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밝혔다.

청와대에 대해서도 "또 다시 인사 검증에 실패한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대대적 손질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민에게 걱정과 우려를 안기는 인사는 더 이상 없어야한다"고 비판했다.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 중 전당대회 출마자인 김상민 의원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자 자진사퇴 요구와 함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계속되는 인사 참사는 인사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사를 주도하기 때문"이라면서 "당에도 민심을 거스르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성태 의원(재선)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당 내에서는 처음으로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이 놀랍고 황당할 따름"이라며 "문 후보자가 교회에서 한 강연이었다고 하지만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는 식민사관을 그대로 옹호하고 있다. 대단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언론인 출신인 본인이 국민 여론을 확인해보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잘못된 게 있다면 바로잡아야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자진사퇴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br><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이완구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왼쪽)과 윤상현 사무총장이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2014.6.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figure>문 후보자 자진사퇴나 지명철회에 대한 지도부의 입장은 엇갈렸다. 이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는 지도부 중 정문헌 비대위원 만이 문 후보자에 대해 비판했다.

정 비대위원은 "(문 후보자의 발언은) 대한민국 사람의 말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다. 심각한 발언"이라며 문 후보자의 해명을 요구했다.

정 비대위원은 "지난번 안대희 총리 후보자 검증에서도 (청와대) 인사 검증이 실패했다"면서 "인사 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완구 비대위원장은 정 비대위원 발언 후 "총리 후보자 문제는 비공개 회의에서 이야기하자"고 제지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는 문 후보자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다.

이 비대위원장은 회의 전 출연한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서종빈입니다'에서 "(문 후보자가) 종교단체의 장로로서 한 좋은 의미로 봐야하지 않겠느냐. 앞으로 반성하고 좋게 가자는 뜻으로 한 얘기로 본다"며 "악의를 갖고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지도부 중 일부는 문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정치인이 마음껏 말하듯 언론인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냐"면서 "예전의 말 몇마디로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한다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또 "야당이 (7·30) 재보궐 선거에 쓸 정치공세용 소재를 만들기 위해 늘 해오던 '낙마실적 쌓기' 관성에 따라 흠집내기, 신상털기 청문회를 한다면 새정치의 '새'자도 갈 수 없다"면서 "야당은 일방적인 낙인찍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비대위원은 "총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벌써 야당은 낙마시키겠다고 선전하고 청문회를 준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낙마시키겠다고 정해놓고 검증하는 것은 검증이 아니다"고 말했다.

차기 당 대표 주자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문 후보자의 발언이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거취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이다.

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연이어 출연해 "그 얘기(문 후보자 발언) 자체는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문 후보자 거취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발언 전체 맥락을 들어봐야한다. 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를 줘야지, 이러면(기회를 주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총리를 할 사람이 없다"면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충분히 해명할 길을 열어줘야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분은 좋은 뜻으로 그랬던 것 같은데 표현에서 국민들이 듣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역시 문 후보자 거취에 대해서는 "본인의 반론을 들어봐야 판단이 되는 것"이라며 "청문회에서 심층 토론이 돼야한다. (문 후보자의) 확실한 입장 표명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eriwha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