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수도권 전패론 속 '숨은표' 주목

與 세월호 국면에 수도권 직격탄 맞았지만 '부동층' 증가 변수
"부동층=與 성향 지지자...언제든 與 지지로 돌아설 '숨은표'"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2014.5.12/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이광호 기자

</figure>6·4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둔 새누리당에서 수도권 '전패'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광역단체장 후보를 잇따라 확정 짓고 본선 채비를 갖췄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새누리당 후보들이 세월호 국면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9일 인천을 시작으로 11일 경기, 12일 서울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선출하며 6·4 지방선거 수도권 대진표를 완성했다.

통상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있기 마련이지만, 정몽준(서울)·남경필(경기)·유정복(인천) 후보 모두 컨벤션 효과는 커녕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새누리당 경기지사 경선 직후인 지난 11~12일 경기 지역 유권자 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공개한 여론조사(유무선 전화면접 유선50%+무선50%, 95% 신뢰수준에 ±4.2%, 응답률 12.7%) 결과에 따르면,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40.2% 대 39.4%로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1~12일 실시된 같은 여론조사에서 남 후보가 49.7%의 지지율로 김 후보(34.9%)를 14.8%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현역프리미엄을 안고 버티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을 각각 상대해야하는 정몽준 후보와 유정복 후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로 수도권 판세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세월호 국면에서 여권 성향의 숨은표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숨은표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을 꺼리는 부동층을 말한다. 통상 숨은표는 야당 성향 지지자들에게 나타났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되자 오히려 여당 성향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응답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로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여당 성향의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응답을 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이러한 숨은표의 움직임에 따라 지지율도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숨은표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경기지사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15.4%였지만, 지난 11~12일 조사에선 20.4%로 증가했다. 같은 기관의 인천시장 여론조사 역시 부동층이 지난달 14.2%에서 19.1%로 크게 늘어났다.

새정치연합 소속 후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한달 동안 지지율이 소폭이지만 3~5%포인트 가량 상승하고, 새누리당 후보들이 지지율이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늘어난 부동층은 대부분 여권 성향 지지자로 분석된다. 향후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조성되면서 여권 지지층의 결집 여부에 따라 언제든 새누리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는 '숨은표'라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이같은 '숨은표'가 등장한 바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박빙으로 나타나자 당시 야권에선 숨은표에 기대를 걸며 대선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오히려 숨어 있던 보수표와 50대 이상 표심이 투표장으로 쏟아지면서 박근혜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수도권의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구에 가면 여당에 대한 따가운 질책을 많이 받는다"면서 "하지만 비판이 여당에게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크기 때문에 부동층이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