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정치신인의 인지도·조직력 열세가 패인

출마 전 애매모호 태도로 '뜸황식' 비판…늦은 출마로 '실기론'도
스킨십·인지도·캠프 장악력 등에서 鄭에 열세 평가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김황식, 정몽준, 이혜훈(왼쪽부터)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4 전국동시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각각 자리에 앉아 있다. 2014.5.12/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figure>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정치 신인과 후발 주자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12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국민참여선거인단 현장 투표(80%)와 사전 여론조사(20%)를 합산한 결과 958표(21.3%)에 그쳐 3198(71.1%)표를 획득한 정몽준 의원에게 예상보다 큰 차이로 패했다.

김 전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경선 후보들 중에는 가장 늦은 지난 3월14일 출마를 공식화했다.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이었던 지난해부터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김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했다.

당시 총리 퇴임 후 독일 연수 중이었던 김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1일 귀국길에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누구와 논의한 바도 없고 지금까지 생각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귀국 후 김 전 총리는 주변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가 높아지면서 점차 출마 쪽으로 행보를 옮겨갔다.

그는 지난해 11월28일 국회 강연에서 정치권을 강도높게 인식하면서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여러분(기자)이 해석하시라"라고 답했고, 12월16일에는 "두고보면 알 것"이라면서 여지를 남겼다.

해가 지나 올해 1월에는 "기본적으로 선출직에 생각이 없다. 쉬고 싶다"면서도 "당에서 출마 권유가 오면 검토해보겠다"는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미국 UC 버클리대 로스쿨 한국법센터 수석 고문직을 맡아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인 2월6일 "황우여 당 대표로부터 공식 출마 제안을 받았다. 심사숙고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출국했다.

이처럼 수개월 간 김 전 총리가 출마 의사를 두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이어가면서 당시 당 안팎에서는 "꽃가마를 타려고 한다", "지나치게 간을 본다" 등 비판이 나왔다.

김 전 총리는 미국 체류 중 출마로 마음을 굳히고 경선 캠프를 꾸리는 등 선거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3월14일 귀국 인터뷰에서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해 야구로 말하면 '역전 굿바이 히트'를 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런 행보는 경쟁상대인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이 각각 7선의원과 당 최고위원의 관록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캠프를 꾸리고 조직을 다져온 것과 대비됐다. 이후 김 전 총리가 너무 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어 준비가 부족했다는 '실기론'은 경선전 내내 꼬리표처럼 뒤따랐다.

김 전 총리는 새누리당에 갓 입당해 당원들과 '초면'인 탓에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인 이성헌 전 의원을 캠프 총괄역할로 역입하는 등 주로 원외 인사들의 지원을 받았다.

김 전 총리는 경선전 초반부터 서울시내 당협 곳곳을 돌며 당원들과 상견례를 했으나, 7선 의원이면서 다수 당 현직 의원들의 물밑 지원을 받는 정 의원의 당내 기반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 이날 경선 결과로 드러났다.

또한 이혜훈 최고위원에 대한 경선 '컷오프' 논란 당시, 이 최고위원을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에 빗댄 발언을 통해 '양자경선'을 주장해 당 지지세가 만만치 않은 이 최고위원 측 지지자들을 자극한 점 역시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선전 동안 김 전 총리 측이 주로 먼저 네거티브전을 점화시킨 점 역시 패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김 전 총리가 "네거티브 하지 않고 캠프를 단속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네거티브전이 촉발되면서 정치판에 생경한 김 전 총리가 캠프 참모들을 장악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 전 총리는 출마선언 약 2주 만인 지난 3월27일 경선 일정을 전면 중단했었다. 당이 자신에게 출마를 권유해놓고 원칙없이 경선관리를 했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이때 김 전 총리의 참모들이 김 전 총리에게 '경선 중단'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 안팎에서는 김 전 총리의 경선 중단을 두고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김 전 총리는 경선전 복귀 후 정 의원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고 막판 뒤집기에 전력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저의 출마를 권유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5월2일 정책토론회)는 발언이 나와 큰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총리가 경선 50%를 차지하는 대의원·당원들의 '당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었으나,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탄핵을 부르는 핵폭탄급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평생을 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로 지낸 이력 역시 김 전 총리의 강점인 동시에 한계로 작용했다. 정치판에서 소위 '평지풍파'를 겪은 정 의원에 비해 대외 스킨십이 취약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서울시장 경선으로 혹독한 정치 신고식을 치른 김 전 총리는 우선 6·4 지방선거 당일까지 당에서 일정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귀국 인터뷰에서 "상황에 따라 희생번트를 치는 상황이 있더라도 여당의 승리를 최우선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선을 이틀 앞뒀던 지난 9일 경선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경선 낙선자는) 결과에 승복하고 서울 탈환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약속을 하자"고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에게 제안한 바 있다.

김 전 총리의 향후 행보를 두고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그가 어렵게 정치권에 들어온 만큼 가깝게는 7·30 재보궐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새누리당의 권유로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만큼 당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김 전 총리에게 보상을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김 전 총리 측과 정 의원 측간 격렬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생긴 앙금으로 양측이 본선 승리를 위해 화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반면 김 전 총리가 "공직에 여한이 없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을 바꾸기 위해 서울시장에 나섰다" 등이라고 밝힌 만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정치권에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 전 총리 측은 "당장 향후 행보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경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riwha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