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의 서울수복이냐, 박원순의 수성이냐

기업가·정치인 對 시민·사회운동가 극명한 캐릭터 차이
서민 對 재벌구도 예상 불구, 세월호 영향 '안전' 화두될 듯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몽준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4.3.21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김보영

</figure>정몽준 의원이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12일 선출되면서 6·4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의 대진표가 '박원순 대(對) 정몽준' 대결 구도로 짜여졌다.

이로써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돼 재선 도전에 나서는 박원순 시장과 7선의 정 의원 간에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더욱이 잠재적 대선주자들로 거론되는 두 사람간의 대결은 서울시장선거 이상의 의미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이 후보로 선출된 만큼 새누리당에서는 '일하는 시장 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의 구도를 야당에서는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그의 재벌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켜 '서민 대 재벌' 구도로 선거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누가 1000만 시민의 공복이 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지역이다.

◇너무도 다른 이력…직업 정치인 대 시민운동가

도전장을 내민 정 의원은 '현대가(家)'의 아들로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이며 13대 국회를 통해 정계에 입문, 19대까지 내리 당선된 7선 의원이다.

그가 대중정치인으로 발돋움한 것은 한일 월드컵 직후 높은 지명도를 지지도로 이어가면서 2002년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르면서다. 당시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었고, 이 단일화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대선재주를 좌절시켰다. 정 의원은 대선 직전일 노 후보와의 단일화를 파기했다.

그가 새누리당과 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입당하면서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시절 당 대표도 지냈다. 친박이 주류인 현 새누리당에서 그가 구주류 또는 비박(非朴)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정 의원이 당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당의 요청에 따라 지역구인 울산 동구를 옮겨 2008년 4월 총선에서 서울 동작구을에 출마하며 정동영 당시 통합민주당 후보를 꺾고 6선고지에 오르면서부터다.

당내에서는 2008월 7일 전당대회에 나가 최고위원(2위)에 선출되면서 지도부가 됐고 2009년 9월 박희태 대표의 양산 재선거 출마로 인한 사퇴로 당대표직을 승계하면서 거대 여당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당내 권력지형이 빠르게 친박(친박근혜)체제로 전환되면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진차출론'이 나오면서 당내 경선에 참여, 12일 후보로 선출돼 '서울수복'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정 의원이 기업가이자 정치인이라면 박 시장은 율사출신의 시민·사회운동가라 할 수 있다.

현대가에서 자란 정 의원과 달리 박 시장은 경남 창녕군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사회계열에 진학했지만 유신체제 반대 학생시위에 단순 가담했다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제명됐다.

1980년 6월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대구지방검 검사를 거쳐 1983년 8월 검사직에서 사임하고 서울에서 변호사로 개업한 뒤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변호사로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및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학술간사로 활동하는 한편, 사학도로서 한국현대사 연구자들과 뜻을 모아 1986년 민간 학술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 창립에 참여했다.

그는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등의 변호에 참여하면서 인권 변호사로 활약하다가 1995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은 이후 시민운동가로 변신했다.

첫 출발 당시 점원 없는 점포였던 '아름다운 가게'와 지역사회, 청년벤처, 소기업 지원 운동을 하는 '희망제작소' 등 새로운 형태의 시민단체를 창립,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2011년 8월 학교무상급식 시행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결과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면서 열리게 된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양보'를 받았고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 범야권단일후보가 되며 당선됐다.

이런 등장으로 인해 박 시장은 안철수 현 새정치연합 대표와 끊기 힘든 인연을 맺게 된다.

이 같은 삶의 발자국은 지난 3년여간 서울시정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용으로 경찰에 무상으로 내줬던 시유지의 사용권을 회수했고, 2012년 서울시립대학교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

이처럼 두 후보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갈리면서 서울시장 선거 구도는 오히려 명확해지게 됐다.

◇명확한 대결 구도…진영 대결 불가피, 안전 개발 이슈 놓고 불꽃 대결 예상

보수층은 정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할 테고 야당 지지자들은 2011년과 비슷하게 박원순을 고리로 뭉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일단 정 의원의 경우 박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외에 이렇다한 경험이 없을 때 각종 크고 작은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많다.

총선을 7번, 직간접적으로 역할을 한 대선이 3번, 당 대표로서 진두지휘한바 있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이다.

박 시장이 현역으로서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 의원 또한 서울 동작을에서 두차례 당선되며 조직력이 만만치 않다. 오히려 서울시정과 관련한 각종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 및 예상되는 구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라는 변수가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야당에서는 서민 대 재벌, 여당에서는 개발이냐 정체냐 구도로 전략을 끌고 나가려고 하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안전'"이라며 "그 어떤 구도를 쓴다고 해도 세월호에 묻혀서 잘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오히려 서울시 지하철 추돌사고(박원순), 현대중공업 가스운반선 폭발사망사고(정몽준)에 대한 안전문제가 부각되면서 '안전 대 안전' 공방, '책임 대 책임'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반면 서울시 지하철, 현대중공업 사고 등은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오히려 시의 주택·교통·복지정책, 정 의원이 구상하고 있는 용산재개발 문제, 16조 5000억원의 이르는 부채 등이 선거의 핵심화두가 되면서 구도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전원책 변호사는 "당장 시민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후보를 택했을 때 보다 삶이 나아질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시정을 맡은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았는데 딱히 보여준 것이 없는 박 시장이 16조 500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부채을 줄일 수 있을 지 등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의원도 마찬가지인데 지도자로서 흡입력이 없는데다 용산재개발을 얘기했지만 시 부채와 연계해 검토해본 것 같지 않다"며 "더욱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가족들의 잇따른 발언으로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재벌 정치인으로 인식될 경우 서민 대 재벌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unj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