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톡톡] 與 시도지사 후보 '비박' 점령…고전한 친박

與 경선 평가…'친박 성지' 대구서도 비박 권영진 후보 선출 이변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권영진 후보가 29일 대구시 북구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 선출된 후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화답하고 있다. 2014.4.29/뉴스1 © News1 정훈진 기자

</figure>12일 서울시장 경선을 끝으로 새누리당의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후보가 확정된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각 지역 경선에서는 이른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논란에도 불구하고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보다는 비박(非朴)계 후보나 비주류, 친이(친이명박)계 후보의 약진이 두드졌다.

이날 현재 호남 3곳과 경선이 끝나지 않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13곳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 결과 비박 및 구주류(친이) 후보들이 선출된 지역이 8곳, 친박 후보가 선출된 지역은 5곳이다.

서울시장 경선 또한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간 3파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후보는 이 최고위원 밖에 없다.

김 전 총리가 이른바 박심이 자신에게 있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또한 이명박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인사로 핵심 친박이라고 볼 수 없다. 정 의원은 비박으로 분류된다.

확정된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기지사엔 남경필 의원, 경남지사 후보엔 홍준표 현 지사, 제주지사 원희룡 전 의원, 울산시장엔 김기현 의원, 세종시장엔 유한식 현 시장, 충북지사엔 윤진식 의원, 경북지사 후보에는 김관용 현 지사가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이 가운데 김관용 후보를 제외하곤 모두가 비박·비주류·구주류 인사로 분류된다.

홍준표 지사는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고 원희룡 전 의원은 새누리당 내 원조소장파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가운데 한명으로 비박인사다.

김기현 후보 또한 직전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바 있지만 친이계로 분류되며 유한식 시장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선진통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비주류에 속한다.

윤진식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으로 있을 당시 붙은 별명이 '왕(이명박 전 대통령)의 남자'였던 대표적 친이계 인사다.

수도권 승부처인 경기지사 선거에선 비박인사들인 남경필·정병국 의원 간 경선이 치뤄져 남 의원이 확정됐고, 대구시장 경선에선 당초 예상을 깨고 비박계인 권영진 전 의원이 선출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대구는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만큼 당초 친박계 후보인 조원진·서상기 의원의 우세가 점쳐졌던 지역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친박의 성지(聖地)가 무너졌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친박계가 받은 충격은 '쇼크'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경북 안동이 고향인 권 전 의원과 대구의 인연은 그가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이 거의 유일한데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3위에 그친 그가 당원 조직력이 필요한 현장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후보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강원지사 후보인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도 친박계는 아니다.

그나마 친박계는 지난달 30일 열린 부산시장 경선에서 직전까지 비박 후보인 권철현 전 주일대사에게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여왔던 서병수 의원이 당심(黨心)에 힘입어 역전승하면서 체면치례했다.

대전시장 후보에 박성효, 충남지사 후보에 정진석, 인천시장 후보로 박심을 등에 업고 출마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당선되면서 8대 5의 스코어를 낳았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영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단일화할 경우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다 충남지사 선거는 현역인 새정치연합 소속 안희정 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인천시장 선거는 새정치연합 소속 송영길 현 시장과 유 전 장관이 박빙인 상황이다.

친박 후보들이 확정된 지역 가운데 대전과 경북 등을 제외하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친박계에는 '위기감'이 엄습해 있다.

당초 친박 지도부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른바 중진차출론,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경기, 인천, 제주, 서울 등 전국 주요 승부처에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내세웠지만 결과가 이처럼 나오자 당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근혜 정부 2년차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간 호흡이 중요한데 비박 일색인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당선될 경우 야당 소속 단체장들과 더불어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unj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