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활동 의심' 포털·커뮤니티 아이디 포착"

누리꾼 '자로',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 등 아이디 분석
3대 포털 및 '루리웹' '뽐뿌' 등 커뮤니티서 동일 아이디 발견

(서울=뉴스1) 김종욱 인턴기자 = 누리꾼 '자로'가 4일 자신의 블로그(http://zarodream.tistory.com)에 공개한 자료. © News1

</figure>국정원이 트위터 자동 전송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정원 직원 및 보수논객의 글을 조직적으로 퍼 나른 사실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의원들에 의해 밝혀졌다. 동시에 국정원 직원들이 국내 3대 포털사이트 및 각종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근거를 꾸준히 제기해온 누리꾼 '자로'는 4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http://zarodream.tistory.com)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국정원의 흔적을 공개합니다'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자로'는 "국정원이 트위터뿐 아니라 각종 커뮤니티와 대형 포털에서도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사기 충분한 자료를 하나 공개하겠다"며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3대 포털사이트와 '일간베스트 저장소', '디시인사이드', 'MLB파크', '루리웹', '뽐뿌', '보배드림', 'SLR클럽' 등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의 아이디 목록을 공개했다.

해당 아이디들은 지난 8월22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하영씨 그룹의 '오늘의 유머' 2012년 활동 아이디 73개와 일치한다.

당시 진 의원은 국정원 직원 김씨와 민간인 조력자 등 모두 4명이 73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오늘의 유머' 게시물의 추천과 반대 활동을 조직적으로 벌였다고 밝혔다. 진 의원이 밝힌 추천·반대 행위는 모두 4137회였으며, 결과적으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글 다수는 베스트 게시판(추천 게시판)에 등록되지 못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figure>'자로'는 진 의원이 공개한 아이디를 이용해 포털사이트 및 커뮤니티 사이트의 회원가입 절차를 밟았다. 그는 각 사이트의 '아이디 중복 확인'을 통해 진 의원이 공개한 목록과 일치하는 아이디가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가려냈다. 이번에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자료는 이 가운데 동일한 아이디가 존재하는 경우를 정리한 것이다.

'자로'는 이와 같은 조사의 이유에 대해 "아이디가 똑같다고 해서 동일인이 사용했다고 절대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위 계정들이 과거에 직접 작성한 글을 찾아내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그게 오히려 더욱 증거 인멸의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직원 이모씨로 밝혀진 트위터 계정 '@nudlenudle'도 대형 포털에 등록된 동일한 아이디 때문에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자로'는 각종 커뮤니티와 대형 포털에서 삭제된 글은 수사권을 가진 기관의 힘이 필요하다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커뮤니티를 담당했던 심리전단 3팀과 대형 포털을 담당했던 심리전단 2팀에 대해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공소장 변경을 통해 혐의사실을 명확하게 적시해야 한다"며 "특검은 절대 여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무너져내린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처럼 국정원이 포털 및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에는 모두 4개 팀이 소속돼 있다. 1팀은 기획을 담당했으며 2, 3, 5팀은 각각 대형 포털, 중소 커뮤니티 그리고 트위터를 맡아 조직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의 아이디 목록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아이디가 실제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로 밝혀질 경우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정원의 인터넷 여론개입 의혹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지만 트위터의 영향력은 3대 포털사이트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보다 미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 트위터 전체 가입 계정은 약 720만개로 파악되며, 지난해 12월 대선 기간 당시 한 달에 1회 이상 글을 쓴 이용자는 약 124만명이었다.

반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방문자는 각각 2012년 월평균 250만명, 237만명이었다. 또한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 저장소', '오늘의 유머'의 2012년 12월 방문자수는 각각 500만, 200만, 100만여명에 달했다.

국정원의 포털·커뮤니티 활동 의혹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트위터는 안하는 사람은 안하지만 포털 뉴스 서비스는 정말 많은 사람이 본다. 나도 네이트 뉴스 본 뒤에 쭉 내려서 댓글은 꼭 확인한다", "만약 진짜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라면 그야말로 안 쑤셔놓은 곳이 없다는 거 아닌가", "국회의원이나 검찰 수사 내용을 보충하는 증거다" 등 해당 게시물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monio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