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패배였지만 큰 격차에 민주 '당혹'(종합)

화성갑, 포항남울릉 모두 크게 졌는데도 애써 담담
민주 "대여 투쟁 노선에 큰 변화 없을 것"
패배 의미 축소하려는 민주당에 곱지않은 시선도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10·30 재보궐 선거 개표가 시작된 30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 직원들이 퇴근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10.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민주당은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지역구 두 곳에서 모두 패배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누리당 후보와 격차가 당초 예상치보다 커 민주당 내에는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포항과 비교해 그나마 상황이 낫다고 판단했던 경기 화성갑의 경우에도 예상했던 10~15%p 차이의 두 배 가까이인 30%p 이상 격차 벌어졌기 때문이다.

화성은 지난 대선 때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득표율에서 11.99%포인트 앞선 바 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0시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짧게 논평했다.

이번 재보선은 처음부터 민주당에게 유리하지 않은 선거였다.

선거과정에서 민주당은 역전에 대한 기대감을 얘기하기도 했지만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경기 화성갑, 경북 포항남·울릉 두 곳 모두 상당히 견고한 여당의 텃밭인데다 이번 선거를 통해 표심의 구조적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이 시기적으로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의 의미를 지니고, 민주당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민생실패를 고리로 정권심판론을 내걸었지만 선거구 특성상 후보들의 당락 여부로 정권심판론의 성패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은 두 선거구에서 모두 큰 격차로 패배했지만 지도부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다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럼에도 화성갑에서 후보간 표 차이가 이전 선거보다 현격히 벌어졌기 때문에 그동안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대여 공세를 이어온 김한길 체제의 투쟁 동력이 다소 떨어지거나 대여 강경투쟁론을 주장해 왔던 친노진영 입지도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민주당의 투쟁 강도나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보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선거 패배 이후 "당초 여당 강세지역이고 후보간 인지도 격차가 크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해서 대여 투쟁 노선에 큰 변화가 있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 거듭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 정권 심판이란 구호가 효과를 낼 수도 있었으나 그 보다는 여권에 유리한 선거구 특성, 후보의 중량감 격차 등이 더욱 압도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화성갑의 경우 친박진영 원로인 서청원 후보가 출격함으로써 이 지역 지역위원장 출신인 오일용 민주당 후보의 지명도를 앞섰다.

정치신인이나 다름없는 오 후보와 여권의 차기 당대표 또는 국회의장으로 거론되는 서 후보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기는 당초부터 무리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은 독일유학 후 9월 말 귀국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나서야 '체급'이 맞을 것으로 보고 전략공천을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포항남·울릉 재선거의 경우 전통적인 새누리당 텃밭인 TK(대구·경북)지역으로 민주당에선 사실상 기대하지 않은 곳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당초 기대가 높지 않았던 만큼 승패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면서 "선거는 지면 끝이기 때문에 '몇 %차이'에 대한 관심도 사실상 의미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는 선거 이후 새누리당 내 역학 구도 변화"라며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등원할 경우 김무성 전 대표와 경쟁할 것이 분명해 국민들은 여기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주당이 애써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pj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