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존재감 부각 경쟁?

문재인 민주당 의원(왼쪽)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3.6.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figure>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간 경쟁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문 의원과 안 의원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공개 논란 등 최근 각종 현안과 관련해 앞다퉈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지방 일정 등을 통해 대국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범야권 내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두 사람간 '경쟁 모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과 NLL 정국에서 단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문 의원이다. 문 의원은 사실상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제적으로 메시지를 내놓으며 박근혜 대통령 등 여권과 각을 세우고 있다.

문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 논란과 관련,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기습공개한 뒤 여야간 전운이 최고조로 달했던 지난 달 30일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될 경우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원본 공개 등을 제안했다.

국정원의 대화록 기습공개에 대한 청와대 배후설이나 박근혜 대통령과의 사전교감설 등을 제기하는가 하면, 국정원 국정조사에 자신을 증인으로 부르려는 새누리당을 향해 "피해자인 내게 얼마나 억울한 심정인지 물어보려는 것이냐"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박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원 자체개혁'을 주문하자, 남재준 국정원장의 파면을 촉구하며 "국정원 개혁 의지가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과 진주의료원 사태 등에 대한 의견을 올리며 각종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문 의원의 행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대선 패배 이후 침잠기를 보내던 문 의원이 정치 일선에 완전히 복귀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친노(친노무현)의 결집을 노린 행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안 의원도 최근 국정원 및 NLL 정국에서 존재감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내놓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상회담 회의록 등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제출요구서' 처리 당시 "대통령기록물 원본을 공방의 대상으로 삼아 공개하는 것은 나라의 미래, 정치발언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반대표를 던졌다.

다음날인 3일에도 트위터을 통해 "국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정말 중요한 문제(국정원의 대선개입, 대선 중 대화록 유출, 남재준 국정원장의 일방적 대화록 공개)가 희석될 수 있다"는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이 원본 공개를 반대하는 이유를 거듭 설명했다.

안 의원은 또 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남 국정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며 박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는 한편,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안 의원은 지난 5일과 6일 1박2일 일정으로 대전과 창원을 각각 방문해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수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내놨다. 그는 과학벨트 수정안 논란에 대해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고, 진주의료원과 관련해선 재개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의도와는 별개로 문-안 의원간 은근한 신경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회의록 원본 공개를 놓고 두 사람은 묘하게 찬반 입장으로 갈렸다. 문 의원이 주도적으로 원본 공개를 주장한 것을 감안하면 안 의원이 문 의원의 주장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셈이 된 것이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 안 의원은 "국정원을 정파 도구로 하락시킨 이명박정권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10년간 국정을 담당한 민주세력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과거 10년을 집권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겨냥해 '민주세력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문 의원과 가까운 김현 민주당 의원이 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 의원이) 사건의 본질을 보다 좀 명료화해서 지금 국정원의 국기문란사건, 헌정질서 파괴행위가 왜 비롯됐는지에 대해 들여다봐야 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의원이 이날 부산을 찾아 19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부산시당 공식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지난 6일 안 의원이 창원과 진주 등 경남을 방문한 것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지금부터 잘 준비해서 부산정치를 바꿔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두 사람의 경쟁적 행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결과가 대권 잠룡인 두 사람의 향후 정치적 입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당 창당 등 독자적인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안 의원과 민주당을 지켜내야 하는 문 의원간 정치적 대결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정치적 고비마다 자기들의 존재성을 부각시키는 게 정치인의 속성이다. 특히 대권주자들 같은 경우는 더더욱 존재 부각의 의미가 강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두 사람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문 의원은 민주당이 이대로 가는 한 주류인 친노 세력의 대표주자이고, 안 의원은 민주당을 깨버릴 수 있을 정도의 당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면서 "향후 재보선과 지방선거에 두 사람은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