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피해 키운 '콘크리트 둔덕'…英 전문가 "이건 범죄행위"
- 문영광 기자
(서울=뉴스1) 문영광 기자 =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있던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왕립공군 출신의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활주로 밖 200m 거리에 저런 둔덕이 있는 것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며 "무안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착륙 당시 항공기 날개는 완벽하게 수평이었고 매우 훌륭하게 착륙했다"며 "기체엔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거기에 둔덕이 없었다면 지금 모두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기체가 충돌한 이 둔덕 위에는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설치돼 있었다.
보통 로컬라이저는 활주로와 같은 높이의 바닥면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안공항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돼 미끄러지던 제주항공 여객기 기체에 큰 충격을 줬다.
국토교통부예규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안테나 등 공항부지 내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실중량과 높이를 최소로 유지하고 항공기에 대한 위험이 최소가 되는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장비나 설치물은 충격이 가해지면 항공기에 최소한의 위험만을 가할 수 있도록 파손·변형이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활주로 주변에 단단한 구조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항행안전구역 안에 접근지시등과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세우기 위해 '부러지지 않는 탑'을 쌓아선 안 된다. 미 국방부 통합시설기준(UFC)에도 "로컬라이저 등의 시설은 항공기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파손 가능한(frangible) 구조로 지지되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무안공항 둔덕에 대해 "규정에 어긋나진 않지만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백 교수는 "공간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둔덕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외곽 도로와 연계되는 충돌 방지를 위해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둔덕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명히 그런 구조물이 없었다면 충돌이 안 일어나고 비행기가 더 미끄러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이런 부분을 토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glorym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