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탁구 '금메달' 김금영 다큐 제작…스포츠로 체제 선전
올해 탁구, 축구, 역도 등 국제대회에서 1위 성과
김정은 집권 초부터 '체육강국 건설' 주요 과제로 강조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올해 북한 선수 최초로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금영 선수의 성장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스포츠 선수를 체제 선전에 활용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제27차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우승자인 김금영 선수가 과학자 가정에서 태어나 '아시아의 강자'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편집물 '도전'의 예고편을 공개하며 본편을 곧 방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고편에는 "그가 체험하며 걸어온 나날들에 대하여 누구나 조국을 열렬히 사랑하고 애국의 마음을 소중히 간직할 때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실감있게 보여준다"라는 선전 문구가 나와 이 영상의 제작 목적을 분명히 했다.
김금영 선수는 지난 7월 파리올림픽 혼합복식에서 리정식 선수와 함께 강력한 메달 후보였던 세계 2위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하야타 히나 조 등을 누르고 은메달을 차지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이러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북한은 49년 만에 평양에서 202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와 2028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자국에서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것은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올해 북한이 거둔 체육 분야 성과는 탁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 국제역도연맹(IWF) 2024 세계역도선수권 대회에는 중국을 누르고 전체 메달(금 9개, 은 5개, 동 2개)·합계 메달(금 26개, 은 13개, 동 6개)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 8월에 열린 2024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20세 이하(U-20) 월드컵 우승에 이어 지난 11월에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북한은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독일, 미국과 함께 해당 대회 최다 우승국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우승 소식은 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실리기도 했다. 신문은 대표팀의 귀국 소식과 주민들의 환영 분위기를 연이어 자세하게 전하며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축구팀을 직접 만나 격려하고 축하하며 각별한 대우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 스포츠의 국제대회 성과는 곧 체제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여성체육 담론'을 연구한 북한대학원대학교 이나영 박사는 논문에서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인민'을 대상으로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주의 체육이 지향하는 바가 노동과 국방에 이바지할 수 있는 튼튼한 신체를 가진 사회주의적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뿐만 아니라 구소련이나 중국도 다 이러한 기조로 체육 정책을 설계해 왔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1960~70년대부터 엘리트 체육인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는데, 당시 올림픽은 '체제 경쟁의 대리전'이 이뤄지는 곳이었으며 여성 선수의 활약은 '사회주의권 여성들은 평등하고 이미 해방을 이뤘음'을 보여주기에 제격이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 애호가'로 알려진 김정은 총비서도 집권 초기부터 '체육강국 건설'을 주요 과제로 내세워 왔다. 그는 집권 직후 체육 정책 및 사업 총괄을 위해 발족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간부들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김 총비서가 체육을 장려하는 것과 더불어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해왔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집권 후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국제부녀절'로, 11월 16일을 '어머니의 날'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독려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이고 있다. 딸 김주애, 동생 김여정, 최선희 외무상 등 공식 석상에서 여성의 존재감도 커졌다.
이러한 기조의 배경에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과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사상 재교육 목적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youm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