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자극할라…南서 온 '초코파이' 일부러 숨긴 北, 왜?
"대남 적개심 고취 정책 실패한 방증"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전날(17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남쪽에서 날아온 것'이라며 공개한 대북전단 및 풍선의 사진을 전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18일 자로 게재했다. 다만 풍선에 실린 남한 물건들의 상표를 의도적으로 가렸는데, '외부 사조'에 대한 주민들의 호기심과 선망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11월 16일 남쪽 국경선 부근의 많은 지역들과 지어 종심지역에까지 한국 쓰레기들이 들이민 각종 정치선동 삐라와 물건짝들이 떨어졌다"며 신고가 들어온 지역의 안전보위기관들은 해당 구역을 봉쇄하고 수색과 수거, 처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남쪽에서 날아온 풍선에 담긴 물건들이라며 '초코파이'나 감기약, 영양제 등의 상표를 그대로 노출시켜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사진이 모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다분히 외부 물건에 대한 주민들의 반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초코파이는 과거 개성공단이 정상 운영될 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과자로 '남한'을 상징하는 제품이다. 의약품의 경우도 전반적으로 '남한 제품'이 북한 제품에 비해 효능이 좋아 장마당 등에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입장에선 남쪽에서 날아오는 전단과 풍선을 주민들이 기피하고 이에 대한 '적개심'을 가져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이미 인기가 많은 물건들이 풍선에 포함된 것이 널리 알려질 경우 주민들이 이를 발견해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등 '부정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올해 남북을 '민족'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 선언한 뒤 각종 대남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며 주민들의 적개심을 고취한 것이 실질적 효과가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반면 인터넷으로만 보도가 돼 주민들이 볼 수 없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제품의 상표를 그대로 노출한 것은, 해당 물품들이 남한에서 살포된 것임을 명확히 하는 '증거'를 제시해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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