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 애국가 부르다 '삼천리'서 화면 전환…내부 혼란 염려했나

화성지구 착공식서 애국가 제창…'삼천리' 구간은 전경 화면으로
삼천리? 이 세상?…애국가 수정에 따른 현장·시청자 혼란 우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5일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착공식'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 애국가에서 가사가 수정된 부분이 연주되자 건설자들의 제창 장면 대신 살림집 전경을 비췄다. (출처=조선중앙TV) 2024.2.26./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 매체가 화성지구 3단계 착공식 현장에서 애국가를 제창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방영하면서 최근 삭제한 '삼천리' 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화면을 전환해 보여주지 않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는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을 위한 착공식이 지난 23일 열렸다며 현장 영상을 방영했다. 착공식에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참석 하에 북한 애국가가 연주됐다.

연주 초반엔 살림집 건설자들이 애국가를 제창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어 '삼천리'가 등장하는 대목에선 살림집 전경 화면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가 다시 애국가를 부르는 김 총비서와 간부들, 건설자들을 비췄다.

이 때문에 이들이 '삼천리'라고 불렀는지 바뀐 가사인 '이 세상'으로 불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정확히 '삼천리'가 시작되는 구간에서 화면이 전환됐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인 편집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한 북한 애국가 가사에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부분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 전체를 상징하는 '삼천리'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내 매체에서 공식적으로 애국가 수정 사실을 보도한 적은 없다. 애국가가 바뀐 사실을 모든 주민들이 인지한 상황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TV는 주민들이 자칫 바뀌기 전인 '삼천리' 버전으로 애국가를 부르거나, 혹은 바뀐 애국가를 보고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을 우려해 아예 '삼천리' 구간을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5일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착공식'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 애국가를 부르는 건설자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출처=조선중앙TV) 2024.2.26./뉴스

북한은 애국가 외에도 기록영화와 일기예보 속 한반도 이미지를 수정하고 평양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통일', '민족' 지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념탑은 김 총비서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지시한 데 따라 이미 철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 역시 북한 매체에서는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김 총비서가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일 유훈을 부정하는 듯한 조치와 '반통일', '반민족' 노선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나름 주민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의 최근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거를 비롯한 통일 지우기와 관련해 "체제경쟁에서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김일성과 김정일 선대에 업적을 지운다는 것은 북한 내부의 이데올로기적 혼란과 공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 총비서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대남기구와 남북 경제 협력 관련 법안 및 합의서를 파기했다. 또 '평화통일' 문구 등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도 시사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