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뿌리 도려내는' 추위에도…백두산 올라야 하는 北청년들[노동신문 사진]
김정은, 2019년 '군마행군' 이후 주민들 '겨울 답사' 독려
"추위 느껴봐야 항일정신 알아"…칼바람 속 숙영에 시낭송까지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남한에서도 부장님의 등산 제의는 거절하기 어려운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명을 받은 북한 청년들은 오죽할까.
북한 전국청년학생들이 지난 10일 '귀뿌리를 도려내는듯한 맵짠 추위' 속에서도 백두산에 올랐다.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청년들이 눈보라를 뚫고 백두산 정상을 향해 행군하고 있다. 붉은 기를 든 청년학생답사대원들의 모자와 어깨엔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또 다른 사진을 보면 답사대원들이 든 기가 세차게 휘날리고 있다. 뒤를 따르는 답사대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백두산 정상 인근의 거센 바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뒤로 보이는 큰 바위엔 '혁명의 성산 백두산 김정일'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청년들이 백두산에 오르는 것은 '백두 정신'을 익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북한은 지난 2019년 12월 김 총비서가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던 '군마 행군'을 계기로 백두 정신을 배우라며 백두산 답사를 독려하고 있다.
백두산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장 투쟁을 벌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났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곳으로, 북한은 이곳을 '혁명 성지'라고 부른다.
하필 한겨울 추위 속에 백두산을 오르라고 하는 것은 '칼바람 속에 산을 올라야 항일 선열들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신문은 지난 8일 "꽃피는 봄날에 백두 대지에 오면 백두산의 넋과 기상을 알 수 없다"며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보아야 선열들의 강인성, 투쟁성, 혁명성을 알 수 있고 또 그 추위가 얼마큼 혁명열을 더하고 피를 끓여주는가 체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등산뿐만 아니라 야외숙영도 한다. 신문은 지난 11일 "행군대원들은 백두산 기슭의 밀림 속에서 야외숙영을 하면서 백두의 혁명전통은 억만금을 주고도 얻지 못할 혁명의 만년재보라는 진리를 신념으로 간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답사 중엔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발표모임, 문답식, 학습경연, 시낭송 발표모임 등 정치문화사업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그래서 백두산 답사를 '백두산 대학'이라고도 부른다.
신문은 이들이 정상에 오른 뒤 "억세게 솟아있는 백두의 메부리들과 끝간데 없이 펼쳐진 천리수해를 바라보며 그들은 당 중앙의 두리에 더욱 굳게 뭉쳐 당 제8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청년 전위로서의 사명과 임무를 다해갈 결의를 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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