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밀착' 러 외교장관 방북 맞춰 미·일 비판 쏟아낸 북한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러시아와의 외교장관회담에 맞춰 미국과 일본을 향한 적개심이 담긴 보도를 쏟아냈다. 북러 밀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패륜패덕의 난무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사례를 들며 자본주의 체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은 전날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최선희 외무상이 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날이다.

신문은 "극단적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용하는 자본주의 사회"라며 "한 학교, 한 교실에서 공부하면서도 총으로 쏘아죽이고 칼부림을 하는 판"이라고 미국 내 총기사고를 에둘러 비판했다.

또 "미국에서는 시체에서 장기와 뼈 등을 떼어내 팔아먹는 범죄행위들도 감행되고 있다"라며 "사람이 살아서도 약육강식의 희생물이 되어야 하고 죽어서도 범죄자들의 돈벌이 수단이 돼 육신을 난도질 당해야 하는 이것이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의 추악한 면모"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돈벌이에 환장이 된 영화 제작업체들과 컴퓨터오락 제작업체들은 승벽내기(경쟁적으로)로 폭력적인 영화와 오락을 만들어 팔아먹고 있다"라며 "자료에 의한 미국에선 어린이가 18살이 될 때까지 TV와 인터넷을 통해 약 20만건의 폭력장면을 보게 된다고 한다. 그 중 1만6000건이 살인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집단 해고사태'란 제목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6일 660여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신문이 지목한 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구인·구직 소셜 플랫폼인 '링크드인'을 가리키는데, 링크드인은 지난 5월에도 일자리 716개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악랄한 대결정책을 단죄 규탄했다"라고 보도하며 미국을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나 중국은 그 어떤 군사정치 동맹을 형성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동맹국들에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집없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미국 노숙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4장을 별도의 설명 없이 게재하기도 했다.

일본을 향한 적대적 기사들도 실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종국적 파멸에로 줄달음 치는 일본'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기시다 일본 총리등을 향해 "과거 범죄에 대한 죄의식은커녕 사회 전반에 재침 열기를 고취해 궁극적으로 전쟁마차를 가동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이어 "미국, 괴뢰들과의 3각 군사공조에 적극 가담하는 등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보다 깊숙이 개입하려고 획책하고 있다"라며 "침략과 전쟁으로 다른 나라와 민족들을 지배하며 번영하려는 강도적 야망을 추구하는 일본이 가닿게 될 종착점은 완전한 파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7월 북한의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을 계기로 군사협력 논의를 진행한 뒤 9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어 전날에는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평양을 찾아 최 외무상과 만나고 김 총비서와도 1시간가량 접견하며 '각별한 사이'를 과시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