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전영화에 찢어진 태극기…'두 국가'론 반영 영화 첫 등장

지난 2일 조선중앙TV 통해 예술영화 '72시간' 첫 공개
주민들에 적대감 고취 의도…"김정은이 대본도 작성"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예술영화 '72시간'을 공개했다.(조선중앙TV갈무리)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최근 조선중앙TV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한 영화 '72시간'에서 당국의 기조인 '적대적 남북 두 국가'론이 반영된 것이 드러났다. 당국의 기조가 문화예술부문에서도 '지침'으로 반영돼 작품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북한군이 태극기를 찢고 '한국'이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하는 등 북한이 과거 의도적으로 숨겼던 '대한민국'의 상징이 수시로 등장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2일 저녁 8시 32분부터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조선예술영화 '72시간'(전편)을 방영했다. 후편은 이튿날인 3일 저녁에 공개됐다.

조선중앙TV는 "영화는 조국해방전쟁(6·25 전쟁)이 발발한 때로부터 3일간 있었던 실재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세계 전쟁 사상 기록적이며 경이적인 서울 해방 기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여준다"라고 소개했다.

영화에는 한국과 미국이 선제적으로 공격해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북한의 역사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 북한이 반격에 성공해 105 탱크사단을 앞세워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북한 예술영화 '72시간'에서 인민군이 태극기를 찢는 모습.(조선중앙TV갈무리)

'남한 문물'을 경계하고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주민을 처벌하는 북한의 영화에서 태극기가 등장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또 "6월 말경 미국과 한국미 먼저 전쟁을 일으켜…" 등 등장인물들이 남한을 과거와같이 '남조선'이라고 부르지 않고 '한국'으로 지칭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새로 규정하고 난 뒤 공식 문서나 담화에서 남한을 '한국' 또는 '대한민국'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이같은 표현이 등장한 것은 당국의 지침이 공식적으로 문화예술부문에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조선중앙TV는 김 총비서가 "영화의 제목을 정하고 장면 대본도 집필해 영화 창작의 모든 공정을 정력적으로 지도했다"면서 "화염에 날리는 현장에도 나와 당시 역사적 사실, 시대적 환경 등을 하나하나 품 들여 보증해 주고 배우 선정·연기 형상·특수 분장과 촬영 기구 등 모든 요소가 훌륭히 완성되게 이끌어줬다"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이 영화가 향후 북한에서 대대적인 선전물로 활용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