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쿠바 띄우고 중국엔 '여러 나라 중 하나'…달라진 북한
새해 축전 보도하는 노동신문 보도의 극명한 차이
러시아, 쿠바 대통령 축전은 개별적으로 다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새해에도 소원해진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좁혀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보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하장이 러시아나 쿠바 정상의 연하장에 비해 '푸대접'을 받으면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새해에 즈음하여 여러 나라 국가 수반들과 정당 지도자들, 각계 인사들이 연하장을 보내왔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시진핑)과 부인, 베트남 주석, 몽골 대통령, 타지키스탄 대통령,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벨라루스 대통령 등이 김 총비서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는 시 주석의 연하장, 축전 전문을 별도의 보도로 비중 있게 다루던 예전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시 주석에게 답신을 보냈는지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중 우호의 해'였던 지난해 1월 1일에는 시 주석과 김 총비서가 주고받은 축전 전문이 신문에 크게 실렸다.
전날엔 김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연하장 전문이 신문 2면에 단독으로 실렸다.
그리고 이날엔 미겔 디아스 카넬 베르무데스 쿠바 대통령에게 보낸 김 총비서의 축전 전문이 중국이 '여러 나라 중 하나'로 언급된 보도 옆에 배치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후 김 총비서가 쿠바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외교적 역량 투입 방향이 확실하게 중국에서 벗어나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연하장에서 "새해 2025년이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신나치즘'을 타승하고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는 21세기 전승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을 기원한다"고 언급하며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 국가를 비난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신나치즘'이라는 개념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간 소원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라며 "'외교적 일방성'이 두드러진 북한의 최근 행보가 중국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여지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원은 이어 "북한의 모든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압박 전략의 명분을 보강해 주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중국 내부적으로는 여러 고민이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북중관계는 지난해 북러 밀착의 가속화에 반비례해 냉각됐다. 양측은 지난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북중 우호의 해'를 선포했으나 정작 별다른 정치적 이벤트를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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