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깜짝 대외 메시지' 없었다…한미 정세 변화에 '정중동' 고수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내년 국정계획을 확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연말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대외전략 발표 여부가 주목됐으나 '깜짝 메시지'는 없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당 전원회의의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강령적인 결론'을 통해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라며 미국을 향한 '최강경 대응 전략'을 천명했다.

그러나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들은 '최강경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 줄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총비서는 우리를 향해서도 "대한민국은 미국의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됐다"라고 비난했지만 역시 '새 대남전략'의 수립 여부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아직 선명하지 않다는 점, 또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국의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지금의 '강 대 강' 혹은 '대결 기조'를 계속 유지하며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국제 정세 인식'도 아직은 달라지지 않았음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확인됐다.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현 정세를 "자주 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 세력권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쇠퇴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을 추진하며 '유리한 대외적 국면'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재편하겠다면서 러시아와 손을 잡고 밀착하는 과정에서 내세웠던 논리로, 당장은 북한의 대외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 특히 군사 교류와 관련한 언급도 자제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 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겠다고 밝힌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러 밀착이라는 당장의 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 계획을 명시하진 않으면서 미국의 움직임에 따른 상황 변화도 염두에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는 이 밖에도 △국방과학 기술의 가속적인 진보와 방위산업의 급진적인 발전 △자위적 전쟁 억제력 강화를 더욱 믿음직하게 보장할 전략전술적 방침과 실현을 위한 과업을 밝히며 국방력 강화 기조도 내년까지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정세 분석에 기초해 대내외 사업 방향을 정하곤 하는데, 현재 미국의 정권 교체기 및 우크라이나 전쟁, 남한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 등으로 명확한 정세 분석이 불가능해 기존의 대외 전략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최강경 대미전략'에 대해 "최강의 국방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지금의 국방력 강화 기조를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미국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10월 31일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개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9형'을 시험발사하면서 ICBM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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