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 일변도' 美 외교안보 인선…"과거 행보는 의미 없다"
전문가 "충성파 인사들, 트럼프 의중따라 과거와 반대 행보 보일 수도"
대북특별대표·대북정책조정관 등 실무진급까지 봐야 판가름 날 듯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주 만에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외교안보 라인도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내각의 핵심이 '충성파'인 만큼 해당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나 행보에 기반해 향후 북미관계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6일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자 북미 협상 재개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브로맨스'를 과시해 온 만큼 양측이 과거와 비슷한 방식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그간 '매파적 대북 발언'을 이어온 인물들이 임명되면서 관측이 다시 뒤바뀌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과거 북한을 두고 "정부가 아닌 범죄 집단"이라고 말했고, 김정은에 대해서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자기 자신을 과신하고 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못 본 척하고 그것이 사라지기만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은둔의 왕국인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실제로 집행하기 시작하는 '최대의 압박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이에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북한도 지난 21일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더 이상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보좌관 겸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알렉스 웡이 내정되면서 '매파적 기류' 사이로 새로운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웡은 트럼프 1기에서 북미 정상회담 관련 실무를 도맡았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견지하면서도 그 방안으로 '대화와 협상'이라는 외교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트럼프 2기에서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이끌어갈 책임자들이 어느 정도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을 속단할 수 없다는 평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기 미국 행정부의 노선을 예상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사 개개인의 성향이나 지난 행보'가 아닌 '트럼프의 현재 의중'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아무리 강경한 대북 압박을 강조했던 인물이라도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할 경우 이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과거의 매파적 발언 등은 의미 없다"면서 "결국은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에 얼마나 큰 의미와 우선순위를 두느냐가 중요하고 그에 따라 장관급 인물일지라도 언제든 스탠스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알렉스 웡의 부보좌관 내정이 곧 트럼프의 '북미 대화 시그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웡은 대북정책 전문가로 발탁된 게 아니다"라면서 "과거 북미대화가 활성화될 때 그가 관련 실무진으로 참여했다고 해서 향후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역할을 대북 영역으로만 한정 지을 수는 없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확실한 메시지'를 알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장관급 인선보다 앞으로 이뤄질 하위급 인선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대북특별대표 또는 대북정책조정관 자리를 유지 및 신설한다면 북한과의 대화가 우선순위에 있다는 얘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만약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할 경우 그 '행동대장'은 여전히 웡 부보좌관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가 첫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대북협상 실무를 경험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원하는대로 빠르게 물밑접촉을 시도하기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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