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면하고 '친러' 선회한 북한…'절박한 파병'이냐 '새 노림수'냐

[우크라전 1000일②] "북한의 러 파병, 외교·경제적 이득 추구 위한 계획"
과거 긴장 끌어올리다 대화한 北…트럼프 2기 때도 비슷한 방식 구사 가능성

편집자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9일로 1000일을 맞이했다. 유럽의 전쟁으로 시작된 우크라전은 북한군의 참전으로 이제 동북아의 전쟁이 된 양상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로 '종전' 가능성도 제기되는 우크라전 1000일의 흐름과 쟁점을 짚어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임여익 기자 = 1000일을 맞이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북한군의 파병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될 즈음엔 북한군의 대규모 참전은 예상치 못했던 변수였다.

북한군 전력이 러시아가 전세를 휘어잡는 데 얼마나 영향을 줄진 미지수지만, 북러 간의 '거래'는 이미 상당 수준으로 합의된 듯하다. 북한군의 참전에 따른 전황의 변화는 오히려 북러관계의 큰 변수가 아니라는 관측이 벌써 제기된다.

북한은 파병의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는 군사·위성 기술이나 실전 경험, 외화 외에도, 러시아와 밀착함으로써 미국·중국 중심의 동북아 정세의 역학관계를 바꾸는 시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면 돌파전'부터 '반미연대', 북러 밀착까지…계획적인 대외 노선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한 것은 '우방국을 돕는다'는 정서적 결정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19년 제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없게 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또 하나의 '탈출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계획이 어긋난 북한은 그해 겨울 '정면 돌파전'을 천명한 뒤 외교적인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고립을 택했다. 이어진 코로나19는 북한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비핵화 협상'의 협상 파트너였던 한미의 정권 교체도 북한에는 악재였다. 이 상황에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이를 외교적 돌파구로 삼을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의 법제화에 나섬과 동시에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간섭, 지배와 예속을 반대 배격하고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 민족과 협조하면서 대외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라는 새 외교 노선을 밝혔다.

이듬해인 2023년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찾아 '무기 전시회'를 살펴봤다. 그리고 9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북한은 헌법에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 관련 내용을 명시하면서 "반제 자주적인 나라들의 전위에서 혁명적 원칙, 자주 적대를 확고히 견지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하겠다"라고 새 외교 노선을 더욱 구체화했다.

이를 기점으로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섰고 올해 6월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찾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며, 양측의 관계는 사실상의 '군사 동맹' 관계로 진화했다.

이 조약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는 근거가 됐다. 그리고 북러는 우크라이나 전장을 새로운 외교의 장으로 활용하며 동북아 질서를 흔들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파병까지 나선 것은 상당 기간 치밀하게 계획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전부터 양측은 파병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트럼프 변수' 등장…밀착 계속이나 '깜짝 외교' 전개냐

북한은 과거 군사적 긴장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린 후 이를 카드로 삼아 대화에 나서는 방식을 자주 구사해 왔다. 과거 '역대급' 비핵화 협상을 진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은, 북한에 다시 새로운 외교적 계산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과거의 방식이 반복된다면, 북한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집권 전까지 최대한 '카드'를 쌓고, 급격하게 분위기를 전환해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래서 '원하는 이득'을 충분히 얻는다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5일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 대회에서 한미일의 밀착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동맹이라고 규정하고, '전쟁 준비'와 '핵무력 강화'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아직은 북미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모습이다.

북한의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이 될 수도 있다. 북러 밀착으로 북중관계는 소원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지만, 전통적 틀 안에서 북중관계가 '악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통제'해야 한다고 판단하거나, 러시아를 움직이겠다는 계산을 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다시 다른 방향으로 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후 24시간 내 종전'을 언급했던 만큼,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의 제스처에 따라 북러 밀착에도 급격한 변화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