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장에도 '전쟁 준비' 외친 김정은…'브로맨스' 부활 아직

한미일 밀착, '나토식 동맹'으로 규정…'트럼프 상대 공식' 윤곽은 아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 대회가 지난 14~15일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 무력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고 사활적인 과업은 전쟁, 전쟁에 대처한 준비"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쟁 준비'와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며 한미일의 밀착을 비난했다. 과거 비핵화 협상을 진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브로맨스' 부활 등 미국과의 대화를 추진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 대회가 지난 14~15일 진행됐다"라면서 김 총비서가 참가자들 앞에서 '강령적인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연설에서 '전쟁 준비'를 유독 강조하고 나섰다. 타깃은 여전히 한미일 3국이었다. 그는 "조선반도(한반도) 안전 환경을 시시각각 미궁 속에 몰아넣는 평화와 안정의 파괴 집단의 우두머리 미국의 더러운 정체성은 우리가 어떠한 전략적 선택으로써 우리의 적수들을 다스려야 하는가를 반복적으로 체감케 하고 있다"라고 현 정세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핵무력 강화 노선은 이미 우리에게 있어서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 지 오래며 이제 남은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핵무력이 전쟁억제의 사명과 제2의 사명(유사시 선제공격)을 수행할 수 있게 더욱 완벽한 가동 태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북한이 지난 수년간 한미일에 보였던 적대적인 태도로 봤을 때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 친분'을 인정하며 과거 20여통이 넘는 친서를 교환하기도 했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확정된 후에도 미국을 향한 날 선 공세적 메시지를 내는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김 총비서는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 무장력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고 사활적인 과업은 전쟁, 전쟁에 대처한 준비"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한미일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동맹을 추구하면서 한반도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 총비서는 "한미동맹을 완전한 핵동맹으로 변이시키고 미일한 3각 군사 공조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아시아판 나토'를 서둘러 출범시킨 미국은 한국과 그 주변에 전략적 군사장비수단들을 투입하고 나토 성원국과 동맹국의 무력을 끌어들여 침략전쟁에 숙달시키기 위한 훈련을 맹렬히 벌이고 있다"면서 "유사시 미제와 추종국가 군대들이 유엔이 아니라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의 간판을 쓰고 조선반도 지역에 버젓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미국에 대한 비난이 트럼프 당선인이 아닌 한미일 3각 밀착을 강하게 밀어붙인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의 행정부 교체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굳이 10년 만에 전군의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을 불러 모아 '전쟁'까지 불사한 미국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낸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연설, 교시 등은 한동안 '관철'을 위한 사상전을 동반하는 전국가적인 캠페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연설이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 발신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김 총비서가 "핵무력 강화 노선은 이미 우리에게 있어서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 지 오래"라며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가의 자위력을 한계 없이, 만족 없이,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보내는 김정은의 첫 메시지"라며 "미국·서방의 대북 위협 및 전 세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가져온 불안정성,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무기 고도화 등을 강조해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전환적'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엇갈리는 분석 속에서도 김 총비서가 아직 트럼프 당선인, 미국의 새 행정부를 상대할 공식을 아직 세우지 않았다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공식적인 대북 정책의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탐색전'의 시간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미국 대선 전 미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발사하고 극초음속미사일·ICBM 기지, 우라늄농축시설 등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미국을 향한 '핵 카드'를 내밀었지만, 대선 이후엔 새 행정부를 향한 접근법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당장은 러시아와의 밀착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김 총비서의 '전쟁 준비' 발언은 한미일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상대하기 위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한 것이 정당성하다는 논리를 강화하고 내부의 분위기도 다지기 위한 의도라고 보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김 총비서의 '각별한 개인적 친분'에도 양측의 접촉은 쉽게,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