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에 재집권 '축전' 보낼까?…'러브레터 외교' 주목

[트럼프 당선] 비핵화 협상 결렬 후에도 '개인적 친분' 유지
北, '현재 최고의 우방' 러시아와의 관계 고려할 필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News1 DB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재집권하며 북미관계의 변화도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비핵화 협상의 결렬과 트럼프의 퇴진 이후에도 '개인적 친분'이라는 끈을 유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트럼프에게 축전을 보낼지 여부가 주목된다.

'트럼프 1기' 당시 트럼프와 김 총비서는 '탑다운 외교'로 전례 없는 수준의 대화를 전개했다.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이 공개적으로 '핵능력'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비핵화 협상의 주요 변곡점은 대부분 두 정상의 의지로 발현됐다.

특히 이들은 많은 친서를 주고받으며 '개인적 친분'을 유지하는 '친서 외교'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020년 10월엔 트럼프 부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쾌유를 비는 김 총비서의 친서가 전달되기도 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위로 전문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친분'의 수준을 과시하기도 했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예정에 없던 트럼프의 요구로 협상이 결렬되면서 김 총비서가 '망신'을 산 뒤에 이뤄진 친서 외교였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부각됐다.

미국의 베테랑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트럼프와 김 총비서가 주고받은 친서 25통의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김 총비서가 트럼프를 깍듯이 '각하'로 호명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신들은 일제히 이 친서를 '러브레터'라고 평가하게 된 계기다.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트럼프의 재집권을 축하하는 친서를 보낸다면 새 북미 대화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와 김정은은 둘 사이의 친분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활용해 왔다"면서 "김정은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향후 북미관계의 재설정 계기로 삼고자 축전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2018년 수준 이상으로 핵능력을 고도화했고,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중국이 아닌 '극단적 외교'를 추진하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외교적 보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일단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안착 과정을 지켜본 뒤 '친서 외교' 재개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월 23일 북한이 발표한 조선중앙통신 논평에는 트럼프의 재집권을 보는 북한의 복합적인 속내가 반영돼 있기도 하다.

당시 북한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정상)들 사이에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며 국가 간 관계에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라며 "미국의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북미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최고지도자인 김 총비서가 아직 트럼프와의 '개인적 친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