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동시다발' ICBM 도발…군사 밀착 '핵 공동체'로 강화

北 ICBM 발사 '대미용' 보단 '북러 밀착 과시용'일 수도
강화된 ICBM 능력…러시아로부터 기술 받았을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악화된 정세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북한과 러시아가 연속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순차적으로 발사했다. 31일 단행된 북한의 ICBM 발사가 미국을 위한 시위보다는 '북러 밀착 과시'를 위한 것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이날 ICBM 발사는 지난해 12월 18일 '화성-18형'을 발사한 지 10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연중 이뤄진 핵능력 고도화와 북러 군사적 밀착 강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략적 판단이 들어간 도발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이번 도발이 러시아가 육·해·공 3대 핵전력을 모두 동원해 국제사회에 '핵 위협'을 가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극동 캄차카반도로 핵미사일인 ICBM '야르스'를 발사했고, 잠수함에서는 역시 핵미사일인 시네바·불라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전략 폭격기도 출격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육·해·공 3종 핵전략자산을 모두 동원한 무력시위를 펼쳤다.

러시아의 도발이 한국 시간으로 30일에 이뤄졌기 때문에, 불과 하루 사이 러시아와 북한이 동시에 '핵 도발'을 한 모양새가 된다. 일각에서는 북러가 '공동 계획'에 따라 핵무력을 과시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런 맥락에선 북한의 이날 ICBM 발사가 미국 대선을 의식했다기보단 북러의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고, 특히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공동 대응'한다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ICBM이 신형이며 작년에 발사한 화성-17형, 화성-18형에 비해 성능이 개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북한에 ICBM 기술을 전수한 뒤 나란히 이를 발사하며 성과를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최근 결정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핵추진잠수함 기술 등 핵전략자산 관련 기술을 이전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북러의 행보는 러시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라고 발언했는데, 이를 두고 러시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북한 역시 이날 ICBM 발사 직후 관련 사실을 발표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북러가 군사적 밀착을 '핵 공동체'로 강화하는 수순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핵기술을 이전·지원하는 등의 문제는 다른 차원으로 북러관계가 '핵 공동체'로 진전되긴 아직 이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ICBM이나 핵 관련 기술 지원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원'인지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면서 "전례도 없고, 첨단무기 기술을 지원한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러시아도 알기 때문에 아직은 가능성이 작다"라고 분석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