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는 '폭로' 파병엔 침묵…갈 길 먼데 결집 어려운 北의 속사정

무인기 사건으로 '적' 만들어 내부 결집…외부 감시망은 회피
수해에 파병 반발 여론…'결집에 한계' 올 가능성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임여익 기자 = 북한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러시아 파병 사실을 내부적으로는 철저히 숨기는 모양새다. 반면 '남한 무인기의 평양 침투' 사건은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결집이 필요한데 잘되지 않는 북한의 속사정이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국방성 대변인의 '대한민국발 무인기에 의한 엄중한 주권 침해 도발 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게재하고 무인기의 이륙 지점·침입 경로 등 '상세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달 초 수차례 평양에 침투했다는 무인기는 남측 백령도에서 이륙해 서해 상공을 날아 평양으로 들어갔다. 이 무인기는 평양의 외무성과 국방성 상공에서 전단(삐라)을 살포했는데, 북한은 평양 인근에서 찾은 무인기 본체와 잔해에서 나온 비행 기록 등을 살펴 이같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무인기 사건은 북한이 대내외적인 선전전을 위해 잘 설계한 흔적이 엿보인다.

북한은 지난 11일 무인기의 침투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흐릿하게 찍힌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후 관영매체를 통해 주민들의 적개심이 고취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청년들이 입대·재입대에 자원하고 있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북한은 약 일주일 뒤인 19일에야 우리 군의 무인기와 똑같이 생긴 '추락 무인기'를 공개했지만, 우리 군이 보유한 무인기는 전단 살포에 적합하지 않아 북한의 주장에 오류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후 열흘여 만에 무인기 사건의 '최종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인데, 문제는 북한이 이처럼 무인기 사건을 '이슈화'하는 기간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빠르게 전개됐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인기 사건을 통해 남한의 대북 감시 및 정보망을 바쁘게 만들어 '비밀 파병'에 용이한 조건을 만들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내부적으로 파병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이를 통제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드는 선전전을 전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여론의 확산을 의식해 파병군인들의 가족을 집단으로 이주·격리시킨 동향을 확인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5일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의 입장문을 통해 우회적으로 러시아 파병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그 후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대내 매체에선 관련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올해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대북제재망을 뚫고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신냉전' 구도에 적극 개입해 새로운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수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이례적인 수준의 파병 결정으로 반발 여론까지 맞닥뜨린 상황이다. 올해 성과를 총화하는 '연말 전원회의'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결집이 가장 필요하지만 결집이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수해가 발생하고 파병이 결정된 하반기에 민생 시찰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