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으로 북한 민심 악화됐다…"가족들 집단 이주시켜"

"선발 군인 가족들 크게 오열, 얼굴 상해"…파병이 민심에 부정적 영향
복잡한 국제 정세 속 '러시아'만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벼랑 끝 전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 당국의 러시아 파병 결정에 따라 내부 민심이 크게 동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파병을 주민들에게 숨기는 고육책을 펼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되면서다.

국가정보원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파병군인 가족을 집단 이주·격리하는 등의 동향이 포착됐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적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파병을 선택했지만, 내부적으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음이 확인된 셈이다.

국정원은 "북한 당국은 관련 사실을 일절 내부에 알리지 않지만, 파병 개시 이후에 주민 간에는 '폭풍군단'(북한군 특수부대)이 러시아에 파견됐다는 소문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내부에서 "선발 군인 가족들이 크게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등 말까지 회자하고 있다"면서 "이에 북한 당국은 철저한 입단속과 함께 파병군인 가족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이주 격리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라고도 전했다.

이러한 정황들은 러시아 파병이 개시된 이후 이에 대한 '긍정적 여론'보다 반발 여론이 더 극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한 정권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나 '국가 위상 증대' 등 갖가지 여러 명분을 제시하면서 러시아 파병을 포장하더라도, 전쟁터에 아들이나 딸과 같은 가족을 내보내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8월부터 진행한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대내외에 공식적인 언급이나 발표를 삼가고 있는데, 이는 반발 여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모습은 북한의 파병 선택이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에 해당함을 시사한다. 고립된 국제정세 속에서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국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러시아 외에 별다른 '탈출구'가 없는 북한이 '인민의 반발'마저 무릅쓰고 러시아와의 '위험한 동맹'에 집착하는 듯하다는 평가다.

국정원도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전략적으로 결정'했다며 이는 북러 군사동맹 고착화, 유사시 러시아의 한국 개입 유도, 경제난 돌파구 마련, 군의 현대화 필요성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결정한 러시아 파병이 결국 민심 이반이라는 후유증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는 '악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이 다른 국가와의 외교적 협력을 추진하지 못하고 러시아만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다.

김 총비서가 지난 21일 지난 여름 가장 큰 수해를 입은 자강도 성간군을 방문해 민심을 다독임과 동시에 미사일 전략기지를 찾아 미국 본토를 타깃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을 시찰한 '이중적' 모습이 현재 북한의 고민을 반영한 적나라한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내부의 여론은 북한군이 실제 전선에 투입돼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더 악화될 소지가 크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이를 다독일 별도의 방안을 구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