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갈등 유발'에 '무시하기'…남북 심리전 맞불에 충돌 위험

北 '무인기 침범' 사건, 대남 혐오감 고조에 활용
南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北 주장 '무시' 전략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2일 공개한 남측이 보냈다는 전단(삐라).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범해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관련해 남북이 서로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내부 결속의 계기로 삼으면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하며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남한의 무인기 '침투'를 처음 주장한 뒤 주말 사이 군사적 대응 위협을 높였지만 결국 북한 주장의 핵심은 정부가 나서 대북전단 살포를 차단하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북한은 지난 11일~13일에 외무성 '중대 성명' 1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2건, 국방성 대변인 발표 및 담화 각각 1건씩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말폭탄을 쏟아냈다.

북한은 자신들이 포착한 무인기가 민간 차원에서 운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우리 군이 이번 사건에 개입돼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때문에 무인기가 핵심 무기로 사용되는 현대전의 특성상 이는 '전쟁 도발'에 해당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의 대외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 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다시 한번 무인기가 출현하면 선전포고로 여기고 우리의 판단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북한은 같은 날 발표된 국방성 대변인 발표에서 전방지역의 포병부대에 사격 준비태세 지시가 하달됐다고 밝히며 우리 측에 대한 '직접 타격' 위협을 가했다. 북한의 대남 '직접 타격' 위험은 사회 불안을 조성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전형적인 남남갈등 유발 전략으로 여겨진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이른바 '무인기 침범' 사건과 관련해서 전날 발표한 김여정 당 부부장과 국방성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를 게재했다. 아울러 인민군 총참모부가 국경선 부근의 포병연합부대들과 중요 임무수행 부대들에 사격준비태세를 지시한 것을 주민들에 알리며 대남 적개심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또 북한은 이번 '무인기 사건'을 전 사회적으로 크게 선전하면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높이고 있는데, 올해 북한이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하며 단행한 쓰레기 풍선 살포를 내부적으로 크게 선전하지 않은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외부의 무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사회 불안이 높아질 수 있음에도 이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정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오로지 '남한의 소행'만을 부각하고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나 여러 분석은 차단하면서 주민들에게 일방적 정보만 전달하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주장에 기본적으로 '일일이 맞대응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이런 전략의 효율성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평양 무인기 살포 주체에 대해 'NCND'(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전략으로 북한의 전략적 판단에 혼선을 주려는 것은 북한의 심리전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에 남한의 정보가 많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북한 주민들의 결집력 약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의 발표에 대해 우리가 일일이 대응하고 파악하는 것 자체가 바로 북한이 원하는 바"라며 "확인해 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오랜 경험에 의하면 무시하는 것이 최고의 정답"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의 갈등이 심화되면 결국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상황관리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연평도 포격과 같은 방식의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포사격이나 목함지뢰 사건과 같은 북한의 '비대칭 도발'이 단행될 경우 자칫 접경지에서 남북이 우발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