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과 결속' 병행하는 北…美대선 앞두고 외치·내치 다지기

'대남 무시' 아닌 '고강도 비난'…'두 국가' 조치 유지 부각
주민 대신 간부 단속 강화…'이민위천' 강조하며 내부 결속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대남 무시 전략'을 고수하던 북한이 최근 대남 비난 및 도발 수위를 높이고 내부적으로는 간부들의 사상 강화에도 나서며 대내외적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창립 60주년 기념 연설에서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대하겠다는 '남북 두 국가론'을 재차 언급하며 남북 '대결 구도'를 크게 부각했다.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라며 "과거엔 우리가 그 무슨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상호 간 '결례'에 해당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 비난에듀 주저함이 없었다. 김 총비서는 "윤석열이 기념사라는 데서 작심하고 공화국 정권의 종말에 대해 천박하고 상스러운 망발을 내뱉었는데, 상전(미국)의 '힘'에 대한 맹신에 완전히 깊숙이 빠져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배짱 하나는 타고난 사람", "누가 그를 보고 무슨 애국 명장이라도 된다고 하겠는가"라며 비꼬기도 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김 총비서는 '국방력 강화'는 부단히 강조하면서도 '대남 무시 전략'을 지속하며 두 달 가까이 쓰레기 풍선 살포만 지속했는데, 최근에는 무력 도발에 '핵무기 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하며 남북 관계에 군사적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전날인 11일 북한 외무성이 발표한 '중대 성명'에서는 남한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진입해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보복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공화국 국방성과 총참모부, 군대의 각급은 사태발전의 각이한 경우에 대응할 준비에 착수했다"며 "모든 공격 수단들은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자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라고 밝혀 전군이 '준 전시 태세'에 돌입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9일부로 남한과 연결된 도로·철길을 단절하고 방어 구조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18일 북한군 수십명이 전선지역에 투입된 모습. (합참 제공) 2024.6.18/뉴스1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인민군 총참모부 성명을 통해 남북 연결 도로·철길 완전 차단 및 방어 구조물의 요새화를 발표한 바 있다. 총참모부는 "제반 정세하에서 우리 군대가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 봉쇄하는 것은 전쟁 억제와 공화국의 안전 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며 단순히 선언적이 아닌 물리적으로도 '두 국가' 조치를 완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정의한 뒤,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통일이나 민족에 대한 표현도 삭제하고 영토·영해·영공을 규정하는 조항을 만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날 공개한 최고인민회의 결과에서는 대남 정책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대신 남북의 '물리적 차단'을 분명히 밝히며 남한을 향해 '적대적' 행보를 유지한다는 것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대남 발언에 이어 내부 결속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맞아 김 총비서의 담화를 1면에 실었는데 당 간부들에게 "혁명가가 돼야 한다"라고 주문하며 '사상전'을 독려했다.

김 총비서는 "내외의 원수들이 일심단결을 파괴하기 위해 틈을 노리고 더욱 발악적으로 책동하고 있음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사상적으로 탈색되고 계급적으로 변색된 자들과 원칙적이고 무자비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간부들은 당 정책의 진수를 모르고 '주관주의적', '취미 본위주의적'으로 사업을 해 '심중한 결함'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만'과 '방심'을 경계하며 '정치 사상적 순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간부들의 '인민관'을 강조하며 "당 중앙이 펼치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진심으로 받들고 인민을 위하여 참답게 복무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신문은 "간부를 위해 인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간부가 있다"라며 '이민위천' 정신을 부각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오진우명칭 포병종합군관학교를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최근 김 총비서는 북한 내부에 있는 회의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간부들에게 지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최근엔 다시 내부 단속을 심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시기적으로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존재감 부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내부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 중심으로 결속이 이뤄지고 있고, 내부에 빈틈이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핵 문제 등을 통해 계속 북한을 미국에서 여론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명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언제나 정상국가로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 했는데 그러기 위해 미국과의 외교 관계 수립을 원해 왔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이 자꾸만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국제 무대에서 여론화하니까 한국을 배제하고 싶어서 비난 수준을 높여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