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헌법 개정했는데…'통일 삭제·영토 규정' 언급 없는 이유는

'적대국' 개헌했지만 전략적으로 발표 시기 고를 가능성
준비 미흡해 이번 회의서 다루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0월 7일 주체적 국방과학기술인재양성의 최고전당인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하고 창립 60주년을 맞는 교직원, 학생들을 축하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헌법'을 개정했다고 밝혔지만, 통일이나 민족의 용어를 삭제하고 북한의 영토를 규정하는 내용의 언급은 없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개헌을 했음에도 당장 이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 관련 개헌의 준비가 미흡해 이번 회의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 △경공업법 심의채택 △대외경제법 심의채택 △품질감독법 집행검열감독 정형 △조직 문제 등 5가지 의안이 다뤄졌다.

특히 헌법 개정과 관련 '12년 의무 교육제를 실시한 데 따라 올해부터 달라진 고급중학교 졸업 나이에 맞춰 노동·선거 나이를 수정하는 내용'이 반영됐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 외에 헌법 개정과 관련된 다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정의한 뒤,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통일이나 민족에 대한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영해·영공을 규정하는 조항을 만들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관련 내용이 다뤄졌지만, 이날은 보도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추후 특정 정치적 이벤트를 계기로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두 국가론'의 정당성을 확보한 뒤 공개 시기를 전략적으로 고를 수 있다는 뜻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일각에서는 통일이나 민족에 대한 개념을 삭제하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미칠 파장을 고려해 관련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북한이 보다 신중하게 대남 기조를 정립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내 두 국가론의 여론 추이와 정치적 반향, 한국 현 정부의 공세 등 정세 고려했을 수도 있다"면서 "민족 부정과 두 국가론이 대만과의 관계에 민감한 중국에도 불편할 수 있으며, 두 국가론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 환경에 미칠 상황도 살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대남 적대 기조를 포함한 헌법 개정의 준비가 미흡해 이번 회의에서 다뤄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화해·통일·동족 용어를 삭제하고 관련 기구와 상징물까지 해체한 상황에서 개헌을 하도나서도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간 헌법 개정 준비가 미흡해 최고 지도자가 만족하지 못해 개헌이 연기됐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11월 미국 대선 판세를 지켜보겠다는 북한 당국의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결정되고,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살핀 뒤 추후 헌법 개정을 통해 대외 메시지를 내려는 것일 수 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