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김정은의 입…'남북 2국가' 앞세워 혐오감 조장
헌법에 '남한은 적대국' 명시 과정서 정당성 확보·분위기 조성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거친 언사로 대남 비난을 쏟아냈다.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적개심과 혐오감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사회주의헌법에 '남북 두 국가론'을 명문화하는 과정에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비서는 전날인 7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찾아 우리를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지칭하며 비난성 대남 메시지를 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그는 "대한민국은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라면서 "우리가 과거엔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더는 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며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처음 내세웠다. 이후 이같은 내용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 이번 연설에서도 이같은 기조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김 총비서는 전 주민이 보는 연설문에서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그 인간'이라고 지칭하며 "현명한 정치가라면 핵국가와는 대결과 대립보다는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관리 쪽으로 더 힘을 넣고 고민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도 '흉망스럽고 천박한 글', '상스러운 망발'이라고 비난하고 윤 대통령이 '국가와 안전을 놓고 무모한 객기를 부린다'거나 '노련하고 능숙한 자질과 수완'을 가지지 못한 정치가라고 조롱하는 등 원색적인 말을 쏟아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일에도 서부지구의 군 훈련기지를 방문해 윤 대통령을 향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가한 바 있다.
막말에 해당하는 대남 비난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하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남한과의 '대결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더 이익이 크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일부터 소집된 것으로 보이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뤄질 헌법 개정을 정당화하고 사회적으로 남한과의 대립 분위기를 고조해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민족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는 등 헌법에 명시된 대남 인식을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한 사전적 작업으로 평가하며 "자신들의 기조 전환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등을 앞둔 상황에서 추후 무력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한다.
이날도 김 총비서는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 무력은 모든 공격력을 주저 없이 사용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핵무기 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라고 위협하며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및 핵능력 고조는 한미의 적대적 태도가 원인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somangcho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