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단 '행동'하는 北…대남 메시지 없이 쓰레기 풍선만
오물풍선 계속 사로하면서도 관련 내용 내부엔 비공개
주민들에 '남한' 관련 언급 최대한 자제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두 달 가까이 이렇다 할 대남 메시지 없이 적대 행위인 '쓰레기 풍선 살포'만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부에는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처럼 남한을 무시하는 '무례한 도발'은 한동안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식적으로 대남 비난을 게재한 것은 지난 8월 9일이 마지막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지역을 방문해 남한의 북측 수해 관련 보도에 대해 "적들의 언론이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거나 "한국 쓰레기 언론들의 헐뜯기"라고 비난했다.
그 이후엔 되려 남한을 상대로 한 정책적 대응이 잠잠했다. 특히 '8·15 통일 독트린' 등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가 두 차례나 있었지만 북한은 긍정이나 부정, 비난 입장을 아예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에는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 정권은 여전히 퇴행과 몰락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북한은 '쓰레기 풍선 살포' 외에 별도의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말'은 줄어들었지만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올해 내내 지속되고 있다. 쓰레기 풍선의 경우 지난 5월 28일부터 전날까지 23차례, 총 6000여개 가까이 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한 화재나 재물 파손 등의 피해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쓰레기 풍선 살포와 관련해 최근 주목할 북한의 동향은 관련 내용을 매체를 통해 보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에는 관련 내용을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18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이튿날인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는데 이때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는 해당 보도를 싣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일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로 국군의 날을 맞아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전개되는 것에 대해 "철저히 상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담화도 노동신문에는 게재되지 않고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취재진과 만나 최근 북한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북한이 남한과 말로는 상대하지 않고 행동으로는 하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북한이 올해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별도의 국가 관계'로 설정한 데 따른 후속 동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현재 최대 관심사는 남한이 아닌 미국이기 때문에 이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미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어 남한 이슈는 관심 밖에 있다는 설명이다.
어려운 경제난에 더불어 대규모 수해 후 복구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초 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남한을 무시하기로 한 상황에서 당국 차원의 대남 행동이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될 경우 주민들에게 혼선과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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