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미 비난…'대결' 내세워 '대화' 고민하는 북한

北, 미국의 주요 군사 및 외교 행보 주시하며 '핵능력 고도화' 주력
대선 전까지 '존재감' 과시로 '협상 카드' 값 높일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이틀 연속으로 미국의 군사 및 외교 행보를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자 '대결'을 앞세우면서 존재감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인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고 국가수반 직속 독립정보기관이라는 '항공우주정찰소'가 부산항에서 '이상 물체'를 포착했다면서 미국 핵추진 잠수함 '버몬트함'(SSN-792·7800t급)의 부산 입항에 반발했다.

김 부부장은 "힘 자랑을 하며 상대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키고 기어이 악의적인 힘으로써 패권적 특세를 '향유'하려는 미국의 야망이 극대화됐다는 증명"이라면서 "외부로부터의 각이한 위협에 대응·견제하기 위한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질량적으로, 지속해서 한계 없이 강화돼야만 한다"며 자신들의 핵능력 고도화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는 25일 자 노동신문에도 게재됐다. 노동신문은 아울러 '쿼드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우려하는 성명이 나온 것이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도 함께 게재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쿼드는 미국의 냉전식 사고방식과 진영 대결 정책의 집약적 산물, 미국의 일극지배 전략 실현에 복무하는 정치·외교적 도구"라면서 "자주와 정의에 기초한 다극화된 국제질서 수립을 위한 책임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대항하는 차원의 외교활동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연이은 북한의 대미 비난 담화의 표면적인 목적은 미국의 군사 행보와 외교 활동을 견제하면서 자신들의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북미 간 접촉 국면 등을 염두에 둔 북한이 자신들의 '값어치'를 높이기 위해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을 '1대 1'로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북한이 미국의 주요 외교·국방 분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대결'이 가능하다는 호전적 메시지를 통해 역설적으로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8월 신형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수기념식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으로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보다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할 것은 대결"이라면서 "30여년간의 조미(북미)관계를 통해 내린 총화이고 결론이며 시종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는 대미정책 기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주하고 있는 미국이 결코 몇 년 동안 집권하고 물러나는 어느 한 행정부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후손들도 대를 이어 상대하게 될 적대적 국가라는 실체도 끊임없는 방위력 향상의 필연성"이라면서 자신들의 핵개발 및 국방력 강화의 책임을 미국으로 전가했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공화·민주 양당이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새 정당강령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빠졌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들로 미국 대선 국면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상황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화와 협상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의 관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외교적으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다각도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연이은 담화 전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초대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는데, 이 역시 핵능력 과시에 방점이 찍힌 무력도발이었다.

앞으로도 북한은 미국 관련 각종 국제정세와 대선 결과를 주시하면서 핵능력을 과시할 행보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러시아 및 우방국들과의 '반미 연대'를 통해 외교적 역량을 축적하려는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