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년 내 중러 주도 다자기구 가입 가능성…저지 전략 세워야"

"북러 조약 따라 북한 다자기구 가입 용이성 주목해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기구의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23일 발간한 '북한의 중러 주도 다자기구 참여 가능성과 파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년 내에 일부 중러 주도 다자기구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7조에 "공동 이익 및 안전 문제들에 대해 협조하며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들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라고 명시했는데, 이와 관련해 북한의 다자기구 가입 '용이성과 필요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북한이 회원국이 아니라 참관국(옵서버), 대화 파트너 등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도 핵보유 정당성 선전 무대 확보, 반한·반미 공세 강화, 대북제재 체재(레짐) 약화 등 우리로선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중러는 다자기구 브릭스(BRICS)나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운신의 폭이 좁은 북한이 외교·경제적 지평의 확대를 위해 중러 주도 다자기구 가입을 추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브릭스는 G7(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에 포함되지 않은 세계적 또는 지역적 강국들의 경제 및 안보 협의체다. SCO는 테러리즘, 분리주의, 극단주의 대응 등 유라시아의 안전보장을 지향하며 경제협력을 추구하는 기구다.

이 연구위원은 "유엔의 제재를 받는 이란이 브릭스와 SCO에 가입되었고,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인 벨라루스가 SCO에 가입된 것을 보면 북한의 가입도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했다. 최근 '자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들이 가입한 선례가 있어서 북한의 가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영향력이 막대한 다자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의 경우 가입은 용이하겠지만 북한이 가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CSTO에 가입하면 다른 회원국이 침략당했을 경우 군사적 지원 의무를 지게 되는데,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 신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를 불필요한 부담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폐쇄적 경제구조와 정책으로 EAEU 가입 시 요구되는 기준과 가입 후 따라야 하는 규칙들을 준수하기 어려워 가입을 회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외교적 전략 차원에서 정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단 북한이 가입한 뒤에는 회원국이 아닌 한국이 북한의 다자기구 내 활동에 대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한두 개 회원국이라도 북한의 가입을 끝까지 반대하도록 외교적 역량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향후에 러시아가 주도하는 질서에 북한이 적극 협력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자 보도에서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4차 유라시아여성연단(포럼)과 제1차 브릭스 여성연단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최 외무상은 연설에서 유라시아 지역에서 진정한 협력관계 수립 및 다양한 분야에서의 관계 구축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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