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에 초상화 내놨지만 '수해'로 타격…김정은 '우상화' 쉽지 않다
올해 김정은 배지에 초상화까지 포착…금수산 궁전 참배도 부쩍 줄어
'선대 벗어난 우상화' 추진 중이지만…수해와 경제난 해결이 '발목'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집권 13년 차이자, 그의 나이 40세에 접어들면서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림자를 지우고 '단독 우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북부지역에서의 대규모 수해와 장기화된 대북제재로 인한 더딘 경제 발전 등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6월 개최된 당 제8기 10차 전원회의에서는 참석 간부 다수가 김정은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초상휘장)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김 총비서가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을 당시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과 교실 앞쪽에 그의 초상화가 선대 초상화와 나란히 배치된 것이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난 4월엔 북한의 명절로 꼽히는 김 총비서의 할아버지 김 주석의 생일 명칭이 '태양절'에서 '4·15'로 변경된 동향이 나타나는 등 '우상화'의 초점이 선대 지도자들에서 김 총비서로 맞춰지고 있다.
김 총비서가 올 들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단 한 차례 찾았다는 점도 '단독 우상화' 강조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는 집권 초기인 2012년엔 11번, 2013년엔 10번 금수산궁전을 찾았다.
이렇게 북한이 김 총비서의 단독 우상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선대 수준의 우상화를 통해 자신의 '유일영도체계'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타파하고 '핵무력 강화' 및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안보 문제도 해소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김 총비서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그 뒤 올해 6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답방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발판 삼아 김 총비서는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엔 지방발전 정책에 박차를 가하면서 다시 한번 경제 성과를 추동하고 있다.
그러나 7월 말 갑작스러운 폭우가 북한 서북부지역을 강타하면서 김 총비서의 강력한 우상화 작업에 '상처'가 났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진 않지만 인명피해가 상당했던 것으로 감지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집은 물론 식량과 직결되는 논·밭 등 물질적 피해도 컸다. 민심 이반의 요인이 생긴 것이다.
수해 이후 유독 민생을 챙기는 행보를 보이고, 상반기에 속도를 냈던 우상화 작업이 최근엔 포착되지 않는 것도 우상화의 '속도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1년 수립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년에 마무리해야 한다. 김 총비서는 지난 9일 정권수립기념일 76주년 기념 연설에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의 사활이 결정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이 기간"이라며 현시점이 '최종 성과'를 위한 주요 분기점임을 시사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남은 기간 김 총비서는 우상화의 '최종 버전'이자 내부적으로 꾸준히 정립해 온 '김정은 주의'를 완성하는 등 자신의 우상화를 부각하기보다는 경제를 살리고 민심을 다잡는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somangcho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