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찰 우라늄 시설 위치는?…'하노이 노딜' 배경인 강선 유력
2019년 북미회담 결렬 원인…美 겨냥 메시지일 가능성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미국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이 시설은 북한의 핵심 핵시설이 위치한 평안북도 영변 외 미국 정보당국이 그간 비밀 핵시설로 지목해 온 평양 인근 강선단지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다만 김 총비서의 방문 시점과 이 시설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아 북한 내부적으로도 은밀하게 시찰이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날 "핵무기 현행 생산을 위해 능력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공사 현장"도 돌아봤다고 한다. 김 총비서가 방문한 곳에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인데, 최근 확장 공사가 진행 중으로 알려진 곳 역시 강선단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강선단지 확장과 관련한 분석을 제기한 바 있다. 올해 2월 시작된 강선단지 본관 서남 측의 별관 공사가 4월 초 완료돼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확장된 것은 물론 5월엔 인접한 건물의 개축 공사도 진행됐다고 한다.
강선은 2019년 제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주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하며 강선단지도 포기할 것을 김 총비서에게 요구했다.
이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진행된 실무협의에선 협의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당황한 김 총비서는 영변 외에는 핵시설이 없다고 부인하며 회담이 결국 '노 딜'로 끝났다.
김 총비서가 지난 9일 정권수립일(9·9절)을 맞아 한 국정연설에서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공개된 영변 시설 외에 다른 시설인 강선을 부각함으로써 자신들이 핵무기 개발·생산의 능력을 과시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특히 일련의 '핵 행보'가 미국 대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시점에 단행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핵능력에 대한 가치를 높여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정치적 메시지가 내포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는 현장에서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 세력이 공화국을 반대해 감행하는 핵 위협 책동은 더 노골화되고 위험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하며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방력 강화는 "미국과 대응하고 견제해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심분리기와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 연결장치) 등이 다량 공개된 것으로 비춰보아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이나 강선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추정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넣고 고속회전 해 고농축우라늄(HEU) 생산해 이를 핵탄두와 핵무기 제조에 사용한다. 플루토늄도 핵탄두 제조에 사용할 수 있지만, 최근 북한은 영변 원자로에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플루토늄보다 은밀하고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HEU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영변과 강변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라면서 "이미 공개된 영변 외에 강선을 새롭게 공개한다는 것은 북한이 영변 외 핵시설이 없다고 발표한 것을 부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김 총비서가 방문한 곳이 영변인지 강선인지에 대한 질의에 "둘 중 한 곳"이라면서도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라고 밝혔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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