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9·9절 연설에 쏙 빠진 대남 언급…'무시 전략' 지속

'핵역량 강화' 언급하면서도 대남 메시지 자제
'두 국가 정책' 아직 구체화 안 된 듯…美 대선까지 '정중동'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집권 이후 정권수립일(9·9절)을 맞아 당과 정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연설에서는 대남 전략과 관련한 언급이 전무했다. 북한은 '대남 무시 전략'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지난 9일 간부들을 소집해 '위대한 우리 국가의 융성 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올해를 석 달 정도 남기고 지금까지 국가사업들을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내용이 다뤄졌다. 지방 발전, 수해복구, 살림집(주택) 건설, 농업 등 경제 각 분야별로 상세한 내용이 다뤄졌다.

국방력 강화와 관련해서 김 총비서는 '우리 군대의 전쟁 수행 능력을 부단히 강화 발전시키는 것'을 꼽으며 "핵 역량을 부단히 강화해 나가면서 핵 무력을 포함한 국가 전체 무장력이 완전한 전투 준비 태세에 있도록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들이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며 "우리는 지금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데 대한 핵 무력 건설 정책을 관철해 나가고 있으며 공화국의 핵 전투 무력은 철통같은 지휘 통제 체계 안에서 운용되고 있다"라고 과시했다. 그러면서 "(핵 능력이) 임의의 시각에 옳게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돼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는 한미의 입장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작 김 총비서는 한미를 지칭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또 국방부문에 대한 지시 외에 대외사업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도 없었다.

이는 최근 북한이 남한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올해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에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북침 전쟁'으로 규정하는 하반기 한미 연합연습에도 과거와 다르게 낮은 수준으로 반발했다.

이는 북한이 대남정책과 관련해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아직 완성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에서 남한을 '적대국'으로,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다가올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 조항을 반영하고 통일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이후 최고인민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올해 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우리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치렀어야 하는데 아직 선거도 열리지 않은 상태다.

이는 북한이 새 대남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내부의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혹은 북한이 올해 경제 성과 도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대외사업을 의도적으로 미뤄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떤 상황이든 '변화'를 예고한 대남정책의 결과물을 아직 내지 못한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이를 언급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칫 정책에 혼선이나 메시지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정중동'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 대선의 결과에 따라 대외정책에도 변화를 주거나 '포석'을 깔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북한은 미국 대선 전까지 뚜렷한 대남·대미 정책을 노출하기보다는 수해복구 사업, 살림집 건설, 지방정책 등에 전념하며 대선 결과 결과를 관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