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9월 최고인민회의' 무소식…美 대선 변수에 정세 관망하나
통상 '9월 회의' 8월에 예고…아직 소식 없어, 미뤄진 듯
바뀐 남북관계 헌법에 반영 선언했으나 '조용'…미 대선 전 '정중동' 가능성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의 헌법상 최고 주권기구인 최고인민회의의 회의 개최 소식이 9월에 들어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국제 정세의 큰 변수로 꼽히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자 최대한 대외 사안에 말을 아끼며 정세를 관망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4일까지 최고인민회의 회의 소집을 예고하지 않고 있다.
통상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개최에 앞서 직전 달에 소집을 예고를 해왔다. 아직 아무 소식이 없는 것으로 미뤄 적어도 이달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개정, 예산·결산 심의 의결, 주요 기관 인사 등을 맡는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통상 4월에 정기회의가 열렸는데 지난 2021년부터는 연초와 9월 연 2회 개최로 정례화되는 추세였다.
올해도 지난 1월에 회의가 열렸던 만큼 9월 회의 개최가 예상됐으나 일단은 예년에 비해 시기가 미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앞으로 새로운 대외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자칫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결정을 섣불리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의원이 아닌 김 총비서는 회의 의무 참석자가 아니지만 종종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시정 연설로 대외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9월 회의에서는 각각 핵무력정책 법제화와 핵무력 정책 헌법 명시를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9월 회의는 특히 김 총비서가 지난 1월 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고 '차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개정 헌법을 심의해야 한다고 지시한 이후 열리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총비서는 당시 "다른 나라들은 자기 나라의 영토, 영해, 영공지역에 대한 정치적 및 지리적인 정의를 헌법에 명백히 규제해 놓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헌법에는 상기 내용들을 반영한 조항이 없다"면서 이를 반영한 개헌을 지시했다.
북한은 이후 전역에서 '통일 지우기'를 해왔지만 영토 조항 헌법 개정은 또 다른 의미로 남북관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미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남북관계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어 헌법 개정을 통해 미리 그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이 대외 사안 관련 입장을 자제하는 동향은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때도 고강도 무력도발이나 '말 폭탄'을 활용한 비난전을 전개하진 않았다. 해마다 예민하게 반응해 온 것과는 다른 대응이다.
김 총비서는 대신 지난달 압록강 일대 수해 대응과 지방 공업 공장 건설장 등 지방발전 정책 이행에 집중해 왔다. 미 대선까지는 최대한 대외 사안 관련 결정을 미루면서 그 기간 내부 민심을 달래며 내치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미 대선까지는 북한의 정권수립일(9·9절) 76주년과 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쌍십절) 79주년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남아있다. 그러나 올해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기념일이 아니어서 이대로라면 역시 내부 행사만 개최하며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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