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리일규 "北 주민들, 주애 보면서 '내로남불' 느끼며 분노"

"여야·보수·진보 따라 대북 접근법 달라져 유감…원칙 정치 중요"

지난해 11월 귀순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가 8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에 참석해 '3대 세습과 고립 외교'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2024.8.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리일규 전 주쿠바 북한대사관 정무참사는 3일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를 보면서 "정권의 '내로남불'적 행태와 '4대 세습'까지 이어질 암담한 미래에 분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리 전 참사는 이날 통일부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연구소·동서문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2024 국제한반도포럼' 토론 패널로 참석해 북한 주민들의 체제 인식 변화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 통제를 위한 북한의 법 제정에 대해서도 "이 모든 법은 기본적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오직 이날까지 나를 억압하고 못살게 굴더니 이제 내 자식까지 못살게 구냐는 반발심이 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 총비서가 집권 1년 만에 '고모부' 처형, 선대를 뛰어넘는 4차례에 걸치는 핵실험, '병진 노선' 연속 감행, '두 국가' 정책을 제시하면서 "주민들의 마음속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라고 덧붙였다.

리 참사는 체제를 바라보는 엘리트층의 인식은 김정일 시대 때부터 꾸준히 변화했고, 이 변화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가속화되는 이유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꼽았다. 특히 김 총비서가 자기감정에 맞지 않거나 어떤 사건의 희생양이 필요할 때마다 간부들을 경질하는 것도 이들의 체제 인식 변화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리 참사는 '북한 주민들 속에 외부 정보를 유입'하는 것이 북한 내부를 붕괴시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발표된 통일 독트린을 북한 내 집중적으로 광고해 '두 국가' 정책으로 주민들의 통일 열망을 차단하려는 김정은의 시도를 좌절시켜야 한다"라면서 "전쟁과의 대결은 자멸, 통일은 번영이라는 인식을 북한 내 유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해외 파견자나 북한 엘리트층을 포섭해 북한 내부 변화 역량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북한 체제 통치 아래서는 누구든 김씨 일가의 노예, 피해자이며 북한이 붕괴하거나 통일 후에도 엘리트들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과 그들이 '변화'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모든 조건 보장할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여야·보수 진보에 따라서 대북 접근법 정책이 달라졌다"면서 '대북정책 원칙'이 초당적으로 흔들림 없이 일관된 원칙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 참사는 김 총비서가 "외부적·군사적 공격보다 내부적 붕괴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라면서 김정은 체제 수호에서 내부에 대한 장악과 통제강화를 핵심 요소로 정하고 '당정 정치' 실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무성 등 대외관계부서들이 기존 내부 지침으로 하고 있던 '당의 군사화 방침'을 부정하고 외교 부문에서 '당 중앙 정든 뜨락(마당)'으로 전화할 데 대한 방침을 제시해 당의 권능을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시대의 대외관계 특징으로는 '수령의 권위수호 선전'을 가장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외교관 등 해외 파견자들이 다른 나라 단체나 인사들의 김정은 비하를 묵과하지 않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