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탈북민 차관급 기용 北에 소문 '난리'…수습 쉽지 않을 것"

'꽃제비' 출신 지성호 함북도지사 취임 후 첫 언론인터뷰
탈북민 인재양성·활용도 제안…"北 통일지우기, 반인권적 행위"

지성호 함경북도지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위원회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꽃제비 출신 지성호가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함경북도지사)가 됐다는 소문이 돌아서 북한 주민들이 난리가 났대요. 이 혼란을 북한 당국이 수습하기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이자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성호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 도지사는 지난 27일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차관급 관료에 발탁된 것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을 때 북한 민심이 한 번 난리가 났고, 당시 북한 당국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나를 변절자와 배신자로 칭하며 민심을 '분노'로 돌려 체제를 유지했다"면서, 이번에 다시 차관급인 함북도지사로 임명된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을 다시 자극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 꽃제비들이 내가 살던 집을 '성지순례'처럼 가서 좋은 기를 받아온다는 얘기도 돌았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지 도지사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분위기를 거듭 전했다.

이날 지 도지사는 탈북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착 지원'의 대상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 차원으로 북한 주민들이 탈북자들의 일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늘리는 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다음은 지 도지사와의 일문일답:

-함경북도 도지사 역할과 임무는.

▶이북5도위원회는 북한 지역이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 속할 것이라는 기초 안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도지사는 물론 시장·군수·읍장·면장·동장 등도 구성돼 있으며, 통일이 됐을 때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바로 적용할 수 있게 인프라를 다지는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탈북민들을 대한민국에 잘 정착해 통일 이후 북한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로 만드는 것, 그들의 역량을 높이는 역할이 중요하다.

-회령 출신으로 황해북도에 대한 애정이 클 것 같은데, 고향에 대한 느낌은.

▶사실 고향에 대해 좋은 추억은 없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아사하셨고,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너무도 많은 아픈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고향 사람들보다 자유를 먼저 얻은 사람이고, 고향 사람들이 하루빨리 자유를 누리길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지성호 함경북도지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위원회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함북도지사에 임명된 소감은.

▶함북도지사라 하면 북한에선 함북 당 책임비서다. 몹시도 가난하게 살았던 내가 42세의 나이로 당 책임비서에 오른다는 것은 사실 어마어마한 일이다. 아울러 탈북민 출신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함께 차관급 인사에 기용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벌써 소문이 엄청 돌아 난리가 났다고 한다. 내가 국회의원이 됐을 때 북한 당국은 "거지가 국회의원이 됐다"라면서 '변절자·배신자'를 "찢어죽이라"고 하며, 주민들이 받은 충격을 '분노'로 바꿔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차관급 인사에 기용된 것은 실력도 인정받고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지난번과 다르게 북한 당국이 혼란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북한에서 살던 집을 꽃제비들이 성지순례처럼 간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좋은 기를 받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결국 북한 당국이 내가 살던 집도 다 무너뜨렸다고 한다.

-현 정부가 준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탈북민 정착 지원, 이북 도민들 간 화합,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라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 인권과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인식과 입장을 유도해 낼 수 있는 역할을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정부가 탈북민 정착을 위해 더 신경 써야 할 점은.

▶탈북의 역사가 이제 한 20~30년 됐다. 자리를 잡으신 분들도 꽤 된다. 탈북민들의 역량을 강화해서 이들이 북한에 가 일할 수 있게 틀을 만들어 줘야 한다. 내년도부터 관련 사업이 이뤄질 것이고 탈북민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을 준비 시켜야 된다. 이미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탈북자이기 때문에 지원받기만을 강요하면 안 된다.

준비된 사람은 대우를 해주고 그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판을 짜줘야 한다. 탈북민도 가난과 불쌍·불행의 대상이 아니라 같은 국민이 돼야 한다. (통일된 후) 북한에 가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 판단된다면, 그들을 교육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

탈북민들이 '나는 을'이라고 생각하는 틀을 깨고 북한 고위층이 아니었어도 당당하게 살 수 있으며 탈북민이라 해 대한민국에서 돌을 던지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치고 사회로 나와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평가는.

▶탈북민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하는 내용이 언급됐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되면 인적자원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물적 자원은 많은지 몰라도, 인적자원은 아직이다. 그러나 물적 자원으로 통일이 된 후 사람들이 받은 고통이나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렵다. 탈북자 3만명 중 한 사람이라도 더 자원화해 일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대통령도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셔서 놀랐다. 통일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의미였던 것으로도 보인다.

- '8·15 독트린'의 방안이 '흡수통일' 방안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흡수통일이라는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8·15 독트린에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에 포커싱을 맞추는 부분이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고,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헌법보다 상위는 아니다. 그런 것으로 보면, 흡수통일 논란은 소모적인 이야기다.

지성호 함경북도지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위원회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8·15 독트린'에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가 언급됐는데, 어떻게 주민들의 정보접근권을 확대할 수 있을까.

▶정부가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정부 지원 차원은 아니지만 탈북민 유튜버들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본다.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탈북한 사람들에 대해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는지 전략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탈북민 유튜버의 활동이나 다양한 탈북 유튜브 콘텐츠를 장려하면 좋겠다. 이를 통해 북한 사회에 대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도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을 북한 주민들이 많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가 좋을까.

▶탈북자 성공 사례를 더 많이 노출해야 한다. 앞으로 러시아 등으로 북한 노동자가 몇십만명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북한을 나온 북한 사람들의 제1순위 검색 키워드가 '탈북자'라고 한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로 탈북민들의 소소한 남한살이 등을 보여주는 게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쌓이게 되면 북한 당국이 "가짜로 꾸민 거다"라고 주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로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어떻게 먹고, 자고, 사는지를 보여주고 주민들도 "다 저렇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진짜 알고 싶은 것들을 그런 일상일 것이다. 이게 통일 활동이고, 이게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 또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퍼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외부 문화가 내부에 퍼질수록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더 옥죄려고 하지 않을까.

▶그걸(옥죄려고) 하기는 민심이 이긴 상황이다. 아무리 막는다 해서 막히는 게 아니다. 북한에서 최근 남한 가수 창법으로 노래를 부른 가수가 엄청 유명해진 적도 있다. 변화의 흐름을 막는다고 해서 막히는 문제가 아니다. 결론은 우리가 밀고 들어가고 있고 북한은 변화하고 있고 개방적인 생각을 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속도가 빠르냐, 느리냐다.

-취임 내 꼭 하고 싶은 것은.

▶지금 행정 체제에 대한 정의와 그에 대한 조직 형성·구성을 추진 중이다. 내일 당장 통일이 되더라도 빈 곳 없이 업무가 진행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특히 조직 시스템에 있어서 탈북민 채용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원회 직원 수도 부족하고 일을 하기에 쉬운 구조는 아니지만 통일을 준비하는 허브가 되기 위한 '역할'에 집중하고 싶다. 특히 탈북민들을 양성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통일됐을 때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냐 못하냐의 바로미터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정국을 앞두고 북한은 어떻게 움직일까.

▶잘 알진 못해도 북한에서 오는 10월쯤 우리가 체감할 만한 도발을 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든다. 미 대선이 다가오니 북한이 소외돼 있는 현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현재 미 공화당이나 민주당에서도 북한에 대한 이슈가 빠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한 말씀.

▶우리는 통일의 준비가 돼 있다. 김정은이 통일을 지우는 것은 반인권적인 행위다. 북한 주민들은 통일이 돼 쌀이 많은 전라도나 충청도 쪽에서 쌀밥을 먹고 살고 싶어 하는 소소한 꿈을 꾸는데, 이러한 꿈마저 잘라버리는 것을 잘못된 일이다. 우리 이북5도위원회가 잘 준비하고 있다.

내일 통일이 오더라도 북한 주민들 쌀밥 먹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그 능력은 갖추고 있다. 아침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듯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서서히 동이 트고 있으니, 희망을 가지라.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