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대북전단 해법 없나…'신고제'·'허가제' 도입 제언 나와

집회신고와 같이 사전 '신고' 또는 국방부 '허가' 받는 방식 제기
"사전검열금지 원칙·표현의 자유에 위배" 반론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에서 군 장병들이 북한에서 살포한 쓰레기 풍선을 처리하고 있다. 2024.7.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무분별한 대북전단 살포로 남북 접경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접경 주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됨에 따라 전단 살포를 '신고제'나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20일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3호 등)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일부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전단을 살포를 재개하자 북한은 맞대응하겠다며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을 살포했다. 이로 인해 남북 간 갈등과 긴장은 고조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제시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장과 대북정보 유입,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측은 대북전단 살포가 자유롭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접경지 일대에서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우려해 비공개 및 기습적으로 진행되는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전단 살포도 '신고제'나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귀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북전단의 쟁점과 올바른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를 통해 충분히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국가의 책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회신고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단 등을 살포하려는 사람은 관할 경찰서장 등에게 살포 시간, 장소나 방법, 전단 등의 수량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관할 경찰서장이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나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항공 안전법 등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통해 무분별한 살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국방부가 주무부처로 전단 살포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허가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대북전단의 살포는 대북 심리전 또는 저강도 도발임이 명백함으로 이런 행위는 군의 지휘 아래에 있어야 한다"면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대북전단을 제한한다면, 그 근거법은 남북관계발전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과 같이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 책무와 관련된 법률이 아니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이하 군사기지법)과 같이 국방과 직접 관련되는 법률에서 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신고제나 허가제는 '사전검열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론도 있다. 또 신고가 형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는 의견도 있다.

또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데, 전단 살포를 허가제로 운영하면 이 역시 헌법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야권에서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대북전단을 제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법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조항에 '관할 경찰서장 등에게 살포 시간, 장소, 내용물 등을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전단 등 살포가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금지 또는 제한 통고를 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대북전단 사안을 담당하는 통일부는 여전히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며 살포를 제지할 방침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신고제나 허가제 도입 의견에 대해서도 "그 어떤 것도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omangchoi@news1.kr